▶ IS 종교시설 첫 공격 ‘종교전쟁 구도’ 전략인 듯
▶ ’이슬람 수호자’ 자처***성직자 잔인하게 살해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IS가 침입해 신부를 잔인하게 살해하는등 인질극을 벌인 성당 사건 현장에 26일 도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들과 심각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AP]
지난해 130명이 숨진 파리 테러 배후인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26일(현지시간) 오전 프랑스의 한 성당에서 다시 테러를 저질렀다.
IS가 기독교를 직접 대상으로 삼아 테러를 벌인 것은 처음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IS는 선전 매체를 통해 범행을 자처했다.
이날 테러로 신부 1명이 숨지고 신도 1명이 크게 다쳤다. 범인 2명은 경찰에 사살됐다.
현지 경찰과 언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께 흉기를 든 괴한 2명이 프랑스 북부 센 마리팀 도의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에 들어가 미사 중인 5명을 인질로 잡았다.
신고를 받은 경찰 기동대 BRI가 현장에 출동해 밖으로 나오던 범인 2명을 사살하면서 인질극은 끝났다.
내무부는 "어느 순간 범인들이 성당 밖으로 나왔고 그때 BRI가 범인을 사살했다"고 말했다.
범인들은 성당을 떠나면서 "알라 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아랍어)"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성당에 침입한 괴한들은 아랍어로 신자들을 위협하며 미사를 집전하던 자크 아멜(86) 신부를 인질로 잡은 뒤 흉기로 목을 그어 살해했다. 신자 1명도 크게 다쳐 위태로운 상황이다. 아멜 신부는 10년전 은퇴했지만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뜻에서 미사를 집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들은 범인들이 프랑스 대테러 당국에서 S급으로 관리되던 인물 들이고 적어도 1명은 2015년 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를 가려다 터키에서 체포된 전력이 있다고 전했다.
테러 가능성 때문에 한때 구금됐다가 풀려날 때는 전자팔찌까지 채워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수 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테러 공격이다"면서 "IS에 충성을 맹세한 범인들이 범행했다"고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우리는 프랑스에 전쟁을 선포한 IS와 맞서고 있다"면서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법을 지키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IS와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청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접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터무니없는 폭력에 고통스러워 하고 경악했으며 희생된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IS는 지난해 이후 프랑스에서 잇달아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파리 바타클랑 공연장과 카페 등 파리에서 동시 다발 테러를 저질러 130명이 숨졌다.
또 지난 14일 84명이 숨진 니스 트럭 테러도 범인과 IS와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IS가 사건 배후를 자처했다.
니스 테러 이후 프랑스 정부는 작년 11월 파리 테러 이후 선포된 국가비상사태를 6개월 추가 연장해 테러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이번 인질극은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한 첫 종교시설 대상 테러다.
IS는 근거지인 이라크, 시리아 등에선 다른 종교의 예배소나 시아파의 모스크같은 종교시설을 이단이라는 이유로 파괴한 적이 있지만 서방에서 타 종교의 성소를 직접 타격한 것은 전례가 없다.
프랑스 당국이 "IS의 테러"라고 공식 발표한 직후 IS의 연계매체 아마크통신이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배후를 주장한 것을 고려하면 테러범 2명이 직접 IS 수뇌부의 지령을 받았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러나 직접 연관성을 떠나 IS가 그간 선동해 온 그대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가 실제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IS의 '사상적 침투'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IS는 그간 인터넷과 각종 선전물을 이용해 국제동맹군을 '십자군 동맹'이라고 일컬었다.
미국과 유럽이 주축이 된 IS 격퇴전을 종교 전쟁으로 몰아가려는 술책이다. 서방을 1천년전 십자군처럼 이슬람과 무슬림을 공격하는 세력으로 묶어 '중동 대 비중동'의 대결이 아닌 종교간 충돌을 유발하려는 것이다.
이런 구도라면 IS의 역할을 자신을 핍박받는 이슬람의 수호자로 치환해 국제적 지탄을 받는 비인권, 비인도적 범죄를 희석할 수 있다.
IS가 로마와 바티칸시티를 공격 표적 1순위로 상습적으로 지목하는 것도 '천주교와 기독교의 본산'이라는 이유에서다. 서방에서 소외당하는 무슬림에게 이슬람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IS의 이런 계략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프랑스 성당 테러는 사상자가 다른 테러보다는 다행히 적지만 다른 테러와 다른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IS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테러는 총기 난사처럼 민간인을 무작위로 겨냥했지만 이번 테러는 분명히 서방의 종교를 특정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테러범이 인질 중 성당의 신부를 흉기로 살해한 것은 서방의 종교를 노렸다는 의도가 명백하다.
이는 IS의 원리주의 사상 중 하나인 '타크피리즘'(이교도 심판)과도 일치한다.
결국 통제할 수 없는 IS의 극단성으로 만성적인 중동 테러조직과 서방 정부와 대립 속에서도 암묵적 '금기'였던 종교시설마저 테러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이번 테러로 대중이 많이 모이는 장소인 '소프트 타깃'뿐 아니라 성당이나 교회와 같은 종교시설을 겨냥한 모방 테러의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IS의 극단주의에 경도된 테러범은 이교도의 종교시설에 대한 공격은 그 무엇보다도 신성한 지하드(이슬람 성전)라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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