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축제 열리는 인구 2천700명 작은 마을, 새벽 지진에 마비
▶ “얼마나 많은 사상자 발생했는지 생각하기도 끔찍”
시내중심가 건물 절반 가량 ‘폭삭’…출입통제선 밖에선 발 동동

‘폐허’된 아마트리체 항공촬영. (AP=연합뉴스)

폐허가 된 아마트리체 중심가 모습

지진이 훑고 간 아마트리체에 마련된 야외 병동

지진으로 망가진 자동차가 아마트리체 시내에 서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었는지 생각하기도 끔찍합니다."(현지 병원장 파스콸레 카르두치)
24일 새벽(현지시간) 지진이 훑고 간 이탈리아 중부 라치오 주의 소도시 아마트리체(Amatrice).
토마토와 매운 고추 소스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파스타 '아마트리치아나'(Amatriciana)의 탄생지로 유명한 이 산골마을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평소라면 로마에서 약 2시간 걸리는 곳이지만 지진 직후 고속도로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를 봉쇄한 탓에 시 당국이 급히 마련한 셔틀버스를 타고 마을 입구에 내렸다.
초록빛 호수를 끼고 있는 인구 2천700명의 이 마을은 입구에서는 줄지어 늘어선 앰뷸런스와 소방차,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잔해를 치우기 위해 동원된 각종 중장비 차량을 제외하면 마치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언덕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시내 중심으로 향할수록 참상이 하나 둘씩 드러났다.
마을 입구에 있는 시립병원의 외벽에는 금이 쩍쩍 나 있었고, 붕괴를 우려해 내부 환자들을 모두 피신시킨 채 병원 앞마당에 천막도 없이 침상을 갖다놓고 부상자들을 치료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파스콸레 카르두치 병원장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오늘 새벽 강력한 진동을 느낀 직후 입원 환자들을 모두 피신시켰다"며 "위쪽 시내 중심가에 건물들이 무너져내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는지 생각하기도 끔찍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이런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언덕 위에 펼쳐진 시내 중심가에는 어림잡아도 건물 거의 절반 정도가 폭삭 무너져 내려 있었고, 중장비와 구조견들이 잔해 사이를 헤집으며 갇힌 사람들을 찾느라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취재진과 일반인들이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선 입구에서 초조하게 구조작업을 지켜보던 20대 청년 조르지오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이곳에 사시는 데 전화 연결이 안된다"고 말했다.
지진 소식을 듣자 로마에서 한 달음에 달려왔다는 그는 "무너진 잔해 더미에 깔려 있을 가능성도 있고 아니면 다른 데로 피신을 했을 수도 있는데 연락이 안되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마트리치아나 파스타가 탄생한 이곳은 매년 8월이면 음식 축제를 비롯한 각종 축제가 열려 관광객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아름다운 곳"이라며 "이 정도 피해를 입었으니 희생자가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 피해자가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으나 최악의 경우 아마트리체의 인구 절반 이상이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이탈리아 정부는 전국의 소방관에게 총동원령을 내려 구조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남부 살레르노에서 파견된 소방관 젠나로는 "전국의 소방관에게 아마트리체를 비롯한 지진 피해 지역에 집결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현지에 거주하는 삼촌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왔다는 한 이탈리아 남성은 "상황이 2009년 인근에서 발생한 라퀼라 대지진보다 끔찍한 것 같다"며 "그런데도 삼촌이 정든 이곳을 떠나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운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라퀼라 지진 때에는 3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온 바 있다.
한편, 아마트리체에는 전기와 통신이 거의 두절 상태인 가운데 이 시각 현재까지도 여진이 이어져 주민들과 취재진, 구조대 모두 밖에서 바깥에서 대기하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마트리체 시내

(AP=연합뉴스) 폐허된 아마트리체

아마트리체(AP=연합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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