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10시간 항공 사진·분석시스템 몰래 운용…구글어스·보안카메라와 결합
▶ “마침내 ‘빅 브라더’가 왔다…프라이버시 對 보안 논쟁, 미지의 영역 진입”
PSS의 국경 감시 시스템 홍보 사진. 출처: PSS 웹사이트
'1초에 1장씩 찍은 항공 사진에 점으로 나타난 총격 용의자의 동선을 대형 화면에 띄운 파일을 보며 따라가다가 그가 접근한 큰 물체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구글어스의 스트리트뷰를 화면에 올려 자동차임을 확인한다. 용의자가 한 주택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집 앞에 있던 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에 들른 것을 확인한 경찰이 그 병원을 찾아갔지만, 용의자는 이미 치료를 받고 떠난 뒤였고 병원 측은 환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거부한다.
여기서 용의자 추적이 막힌 것은 아니다. 경찰은 용의자가 있던 집의 주인을 알아내고 그의 남자친구가 전과기록이 많은 칼 앤서니 쿠퍼임을 밝혀낸다. 이어 그가 지나간 길에 설치된 보안카메라에 찍힌 얼굴과 경찰 전과기록에 남아 있는 얼굴 사진을 대조, 동일 인물임을 확인한 뒤 페이스북에 "공공의 적 1호"라는 설명과 함께 수배 사진을 올린다'미국 볼티모어 경찰 당국이 지난 2월 한 버스 정류장에서 고령의 남매에 총격을 가하고 달아난 용의자를 체포한 과정이다.
미국 첩보 영화나 TV의 형사물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지만, 블룸버그 닷컴은 24일(현지시간) 볼티모어 경찰이 민간 항공정찰 업체와 계약을 맺고 볼티모어 상공에서 상시 항공정찰을 하면서 정밀 광각 카메라로 1초에 한 장씩 찍은 방대한 사진 파일들을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분석하는 것의 문제점을 짚었다.
볼티모어 경찰은 지난 1월 절도에서부터 총격에 이르기까지 각종 범죄 수사를 명목으로 '퍼시스턴트 서베일런스 시스템스'(Persistent Surveillance Systems)라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볼티모어 시내 전체를 대상으로 불특정 정찰을 시작했다.
이 업체는 경비행기 세스나를 하루에 많게는 10시간 볼티모어 상공 2.5km에서 운용하면서 한 번에 77㎢의 지상 면적을 찍어 지상의 분석팀 컴퓨터로 실시간 전송, 저장한뒤 경찰의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 파일을 꺼내 사건 현장과 용의자들의 동선 등을 분석, 보내준다.
이 항공사진으론 차종이나 사람 얼굴 등을 식별할 수 없지만, 용의점이 있는 사람이나 물체의 동선을 추적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원래 PSS 창업자 로스 맥넛이 지난 2006년 미 공군에 근무할 때 이라크에서 도로변 매설 폭발물 공격을 막기 위한 군사용으로 개발한 것이다.
도시 전체를 상시 공중감시하면서 광각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저장해 뒀다가 폭발물 공격이 있으면, 분석가들이 현장 사진을 되감기 방식으로 찾아보면 반군 차량이 서고 이어 폭발물을 심는 장면을 찾을 수 있다. 다시 앞으로 감기 방식으로 차량의 동선을 따라가면서 차량과 운전자가 들른 곳들을 파악할 수 있다. 폭발물을 설치한 1명만 잡는 게 아니라 조직원 전체와 폭발물 은닉장소까지 일망타진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군사용 시스템이 민간용으로 전환해 시 전체의 모든 움직임을 감시하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점.
블룸버그는 "전지한 존재에 의해 늘 감시당한다는 생각은 심란스럽다"며 스마트폰의 각종 앱도 사용자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찰이 몰래 하늘 위에 비밀 카메라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은 이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경찰은 PSS의 제안을 받고 이 시스템을 시험해보고 낮은 사진 해상도 때문에 도입하지 않았으나, 1년여뒤 시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주민들은 거센 항의 시위를 벌였다. 자신도 몰랐던 컴프턴 시의 시장은 당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유 없이 제3자의 감시대상이 되고 있다는 생각보다 나쁜 것은 없다"고 비판에 동참했다.
오하이오 데이턴 경찰도 이 시스템 도입을 위해 여러 차례 공청회를 열었으나 "당시 시 공무원들 외에는 누구도 찬성하지 않았다"고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조엘 프루스 데이턴대 교수는 블룸버그에 밝혔다. 결국 시 당국은 도입계획을 철회했다.
블룸버그는 볼티모어 경찰 역시 지난 1월 상시 정찰 시스템을 도입하고도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비밀에 부쳤다고 지적했다.
PSS 창업자 맥넛은 시민 감시용이 아니라 범죄 예방용이라며 시민들에게 운용 사실을 널리 알리고 활용하면 범죄가 20% 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에서 잇단 물의를 빚는 경찰관의 폭력적 행태를 감시하는 수단도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의 제이 스탠리 선임정책분석가는 미국의 '프라이버시 대 보안 논쟁'이 마침내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늘 말해왔던 그 기술, 그 빅 브라더가 마침내 온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미 다른 업체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업체 간 경쟁은 치밀한 감시추적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아가리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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