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10~20명 도전 “그냥 달린다”보다 대부분 기금모금 목적
▶ 육체고통·자신과 싸움 “한번쯤 미친 짓” 늘어
뉴욕의 교사인 케일라 메리노가 지난 여름 달리기 미 대륙횡단을 떠나고 있다. 그는 얼마후 부상으로 포기해야 했다.
오랫동안 미국 대륙횡단은 자동차나 모터사이클, 혹은 자전거를 타고 하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요즘에는 자기 두발로 달려서 대륙횡단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 기금 모금이 목적이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후원자들의 팔로잉이 이루어지고 있다.
마라톤 대륙횡단이 과거에는 이렇게 많지 않았다고 신시내티의 부동산 에이전트 짐 맥코드는 말한다. 그가 2002년 미국대륙을 달리기로 횡단했을 때 그해에 달리기 대륙횡단을 한 사람은 그 하나뿐이었다.
그때 이후 맥코드는 대륙횡단 달리기를 위해 만들어진 공공 페이스북 페이지(USA Crossers Facebook Page)를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그의 말로는 최초의 도보 대륙횡단 기록이 남아있는 1909년 이후 약 300명이 뛰었다고 한다.
“해마다 여름이면 10~20명의 사람들이 대륙횡단에 나섭니다. 사실 달리기로 대륙횡단을 하는 것보다 에베레스트 등정을 하는 사람들이 수천명은 더 되지요”라고 맥코드는 말한다.
그는 180일만에 달리기를 마쳤으며 그 중간에 두 번 쉬었다. 한번은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또 한번은 졸업식에 참석하느라 쉰 것이다. 맥코드에 따르면 달리기 대륙횡단의 가장 큰 장애물은 육체적인 어려움이 아니라 달리는 동안 제정신을 지키는 일이다.
대륙횡단자들은 ‘포레스트 검프’ 책에 나오는 모든 종류의 조크를 다 듣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산타모니카 피어에서 출발해 “그냥 계속 달렸다”는 소설과 영화 속 인물과는 달리 이런 도전을 하는 사람들은 사전에 목표를 정해두고 있으며 떠나기 훨씬 전부터 철저하게 계획하고 훈련도 한다.
아담 킴블은 2014년과 2015년에 여러 차례 장거리 경주를 했다. 레드빌 실버 러시 50마일러, 옐로스톤 테톤 100마일러, 울트라 트레일 케이프타운 100K, 중국 고비사막 행진 250K 등을 마치고 난 후에야 미 대륙횡단 달리기를 시도, 지난 4월 성공적으로 완주했다.
“항상 다음번 도전 대상을 찾는다”는 킴블의 달리기 횡단은 젊은이들에게 탐험의 한계를 넓히도록 독려하는 비영리 단체 ‘불가능을 가능으로’(impossible2Possible)의 기금 모금을 위해 이루어졌는데, 실제로 그의 투혼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에 한번쯤은 미친 짓이나 독특한 도전을 해보도록 동기를 부여했다고 그는 평가하고 있다.
이벤트 플래너였던 킴블은 직장을 관두고 달리기 대륙횡단을 나섰다. 남가주 헌팅턴 비치에서 출발했을 때 그의 목표는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도보 대륙횡단의 남자 기록, 46일 8시간36분을 깨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강이의 힘줄에 염증이 생긴데다 장경골인대 마찰증후군으로 그는 계획을 수정해 단지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됐다. 그는 도착지점을 뉴욕 시에서 조지아 주 타이비 아일랜로 변경했고 60일 동안 2,500마일을 달려 완주했다.
도착한 후에 그는 많은 양의 아침식사와 함께 2병의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완주를 자축했다. 달리는 동안 한번도 맥주를 마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장거리 여정은 그에게 새로운 커리어를 선사했다. 지금 그는 동기부여 강연자이며 달리기 관련 상품들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남아공화국의 달리기선수 마비스 허치슨에 관한 책. 1978년 달리기 미대륙횡단 최초의 여성이며 기네스 여자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뉴욕시 공립학교 교사이며 뉴욕 로드 러너스 올해의 울트라마라토너로 2회 선정됐던 케일라 메리노는 올해 초여름 달리기 대륙횡단을 떠났다. 그녀는 이 여정을 마친 사람들의 경험과 ‘멀출 수 없는 여자’(Unstoppable Woman)이란 책에서 영향을 받았다. 이 책은 남아프리가공화국의 달리기선수 마비스 허치슨에 관한 책으로 그녀는 1978년 미 대륙을 달려서 횡단한 최초의 여성이며 아직도 기네스 여자 세계기록인 69일 2시간40분을 보유하고 있다.
메리노는 그 기록을 깨고 동시에 자기가 코치로 있는 뉴욕 로드 러너스 청소년 달리기 프로그램 ‘마이티 마일러스’의 기금 모금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 “단순한 목표라기보다는 꿈에 가까운 것”이라고 그녀는 떠나기 전 말했다.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달리기 계획을 세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녀의 훈련 계획은 매일 마라톤을 뛰는 것이었다. 메리노는 이 여행의 경비를 대주고 루트 맵을 만들며 매일 달리는 거리 등을 산출해줄 스폰서들과 자원봉사자들을 구했다. 허치슨의 기록을 깨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준비에 소셜 미디어는 아주 요긴한 도구라고 맥코드는 말한다. 그가 달렸던 2002년만 해도 없었던 도구다. 소셜 미디어는 펀드레이징 후원자들부터 달리기를 완주한 사람들의 다양한 조언들까지 쉽게 연결시켜준다.
“그 옛날에는 신문과 라디오, TV에 잠깐 나오는 뉴스 밖에는 소식을 알릴 방법이 없었지요. 요즘 대륙횡단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은 것은 수천명이 소셜 미디어에서 팔로우 한다는 겁니다”
메리노가 7월1일 LA에서 달리기 횡단을 시작했을 때 페이스북에서 그녀의 달리기를 팔로우 하는 사람은 2,000명이 넘었다.(킴블은 대륙횡단 도중 많은 사람을 알게 되어 1만2,000명의 페이스북 팬을 갖고 있다)
미 대륙횡단 동호인들의 웹사이트(www.usacrossers.com)는 각종 자료들을 가득 공유하고 있다. 달리기 루트의 맵.
메리노의 계획은 한낮의 열기를 피해 주로 밤에만 하루 50마일을 달리는 것이다. 그러면 8월 중순에 완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떠난 바로 다음날 그녀는 발목을 접 질렀고, 그래도 계속 달렸으나 며칠 후에는 무릎이 나갔다. 그리고 16일 째 되는 날 달리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무척 상했다"며 아쉬워하는 메리노는 후에 다시 시도할 생각이다. 다음번에는 루트를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을 갖게 된 것은 지난 번 달리다보니 어떤 길들은 막혀있는 것을 보고 놀랐었기 때문이다.
"나는 포기하거나 주저앉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배우면서 계속 나아가는거죠. 다음에는 좀더 쉬울 것이고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요. 또 실패한다면 다시 시도하면 되죠"
<뉴욕타임스 본보 특약> <사진 ny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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