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을 지내는 마음이 별로 즐겁지 않다. 대통령 선거가 몇 주 남지 않아서인지 신문 잡지 방송이 모두 선거에 관한 기사로 넘친다. 힐러리가 이렇고 트럼프가 저렇고 언론인들의 무성한 의견이 분분한데, 어찌된 셈인지 나의 눈에는 참다운 언론인이 보이지 않는다. 내 눈이 어두워서 일까? 그럴 수도 있을 것 이다. 그러나 그 보다는 언론에 대한 나의 기대치가 높아서 그럴 가능성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언론인과 언론인에 대한 기대가 너무 고전적인 원칙에 매어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지만 그 원칙이 옳고 바른 원칙이라면 시간과 시대가 변한다고 해서 그 것을 가볍게 버릴수는 없는 일이다. 원칙이 사건과 경우에 따라서 춤을 춘다면 그 것은 원칙일 수 없다. 언론과 언론인의 가장 크고 기본적인 원칙은 우선 사건과 이에 관련된 인물을 보도할 때 가감없이 사실만을 보도해야 한다는 것 이다.
보도하는 사람도 사람이기에 보는 사람으로서의 주관과 보도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감정의 유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도하는 사람이 자신의 개인적인 주관과 또 사건과 인물에 대한 감정적인 해석을 기사에 곁들이는 일은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무너뜨리는 부도덕한 행위라고 나는 생각한다.
두 대통령 후보에 대한 언론의 편견이 무서울 정도에 다다른 느낌이다. 나는 어느 특정 언론이 어느 후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그 것은 사설이나 특정한 컬럼란을 통해서 해야 할 일 이지 현재 전개되는 선거 운동을 보도하는 신문 방송의 기사가 어느 특정 후보를 비하 하거나 지지하는 듯한 편견을 보이는 것은 용납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행동은 신문 방송을 읽고 접하는 일반 시민 들을 가볍게 여기고 무시하는 것과 같은 것 이다. 일반 시민들은 제대로 판단할 능력이 없어서 언론인들이 자신들의 의견에 따라 이들의 무지를 깨우쳐야 한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는가?
편견에 찬 해석을 곁드린 기사를 부끄러움도 없이 내보내는 언론을 보면서, 이 시대의 참 언론인은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마치 아프리카 어느 후진국의 국민이 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느 후보가 더 적합한 후보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일반 시민들의 몫이요 책임이다. 사실을 가감없이 편견 없이 보도해야 시민들이 옳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언론은 사회의 목탁”이라는 말이 있다. 언론의 사회적 계도에 대한 기능을 말하는 것 이다. 그러나 이 계도적 기능과 사실을 보도하는 것을 혼동해서는 아니될 일 이다. 민주주의의 기초는 시민들의 판단을 믿고 따르는 것 이다.
언론과 언론인으로 불리우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판단이 일반 시민들의 판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들은 민주주의를 포기해야 할 것 이다. “참된 언론은 죽었다”는 말이 여기 저기에서 들리는 것을 유독 언론인들은 듣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 이 시대에 과연 원칙을 존중하고 따르는 참된 언론인은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
김갑헌 맨체스터 대학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