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사랑도 있고, 반대하는 사랑도 있다. 싱글남녀가 연애한다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어련히 잘 만날까, 싶어서. 그게 노총각, 노처녀면? 볼 것도 없다. 일단 박수치면서 등 떠민다. 문제는 유부남녀의 사랑이다. 아니, 이들이겐 사랑이라는 신성한 단어보단 그저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더 어울린다. 잠깐 마음이 흔들린 것이니 그만 멈추는 게 모두에게 현명한 일이다. 주변 사람이 이랬다면? 레드 썬, 외치며 꿈에서 깨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지만, KBS 2TV '공항 가는 길'의 김하늘(최수아 역), 이상윤(서도우 역)한테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분명히 그만 해야 돼, 여기서 멈춰, 라고 말하는 게 맞는 일인데도 그 말을 자꾸만 미루게 된다. 대체 이게 웬일일까?
김하늘은 권위적인 남편의 명령(?)에 본인은 물론, 딸까지 끌려 다니며 산다. 이들 모녀에게는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내세울 권리가 없다. 김하늘은 이런 상황에 점점 염증을 느끼고 갑갑한 상황에서 이상윤을 만나게 된다. 한편 이상윤은 친딸이 아닌 애니를 친아빠보다 더 사랑하고 아껴주는 따뜻한 아빠다. 그 따뜻한 성품은 딸에게만 발휘되는 게 아니다. 그에 반해 부인 장희진(김혜원 역)은 야심을 위해서라면 죽은 딸까지도 거추장스러워 할 만큼 주변 사람들을 이용한다. 배우자에게서 채우지 못한 마음 한켠을 이상윤, 김하늘이 서로 채워준다.
맞다. 두 사람은 불륜이다. 각자의 배우자가 아무리 질리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그건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도 각자의 배우자에게 들킬까봐 조마조마한 건 왜일까? 누군가의 말처럼, 불륜을 미화해서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속은 걸까? 아니면, 드라마니까 괜찮다 생각하고 관대해진 걸까? 일부 맞는 의견일 수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바로 인생의 중요한 것이 뭘까?, 를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불륜이라는 상황 가운데 놓여있지만, 이 일들을 겪으면서 각자 놓치고 있던 것들을 깨닫고 찾아가고 있다. 김하늘은 결혼했지만, 함께 있는 시간보다 비행기에서, 다른 나라에서 떨어져 사는 시간이 더 많은 부부다. 그래서,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내팽개치고(?) 각자 스케줄에만 급급하다. 하지만, 사춘기 소녀처럼 가슴에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삶이 뒤죽박죽 되어버리린다. 그 가운데에서 중요한 걸 놓쳤음을 알게 되고, 결국 소중한 딸을 위해, 아등바등 잡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기로 결정한다. 이상윤 역시 마찬가지다. 그 동안 눈에 보이면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거짓'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으며 장희진이 앞에서 보여 준 헌신과 웃음은 '진정한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점차 느끼게 된다.
때문에, 두 사람이 이기적인 불륜남녀로만 보이는 게 아니라, 혼란한 시기에 힘들어하는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는 친구로 여겨진다. 드라마는 두 사람의 이런 만남을 잔잔하게 그리면서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리해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우리들에게도 삶에서 중요한 게 뭔지, 질문을 던지며 생각할 시간을 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하루 24시간 다람쥐 쳇바퀴처럼 정신없이 살다가 김하늘, 이상윤을 만나면 그 시간만큼은 정신없던 하루를 잠깐 잊고 숨 쉬는 것 같은 기분 말이다. 마치 드라마 속 대사처럼 '낯선 도시에서의 3~40분'이라고나 할까? 이것이 '공항 가는 길'의 마력이다. 그래서, 분명히 해서는 안 될 사랑인데, 자꾸만 응원하게 되나보다.
'공항가는 길', 분주함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잔잔함이 좋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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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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