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보자. 2000년 IT버블 때문에 유지했던 초저금리. 금리가 너무 싸니까,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도 집을 사기 시작했다. 2006년까지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자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 2004년. 1% 이었던 금리가 2006년에는 5.25%까지 올랐다.
그리고 2007년, 마침내 부동산 '버블'이 터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리만 브라더스와 AIG 보험의 파산, 개인 신용점수 하락과 자동차 구매의 감소로 GM도 2009년 6월 파산 신청. 미국 주식 시장의 폭락은 전 세계로 파급되었고, 투자자들의 자살과 직장인들의 해고가 속출했다. 주택 담보대출금(모기지)을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이 늘어나면서, 금융기관들은 자금부족에 허덕였다.
결국, 다급해진 그들은 한국에 투자했던 주식을 팔아서 달러를 다시 미국으로 갖고 오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환율이 2009년 3월 초 거의 1600까지 올라갔다. 그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 미국 동포들은 엄청난 뭉칫돈을 한국으로 송금했다. 미국 부동산의 폭락으로, 마침 강남의 아파트 가격도 20% 이상 떨어졌을 때다. 10만 달러를 보내서 1억 원 아파트를 살 수 있었던 것이, 이제 2억 원짜리를 살 수 있게 되었다.
부동산이 회복되고 환율도 1100원대로 하락을 하자, 부동산을 처분해서 낮아진 환율로 미국으로 다시 송금을 해왔다. 환율만 놓고 봤을 때, 12만 달러를 보내서 2억 원짜리 아파트를 샀고, 그것을 그대로 팔아도 18만 달러가 되어서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부동산에서 남기고 환율에서도 남겼으니,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물론, 한국의 주식 시장으로 들어갔던 사람들도 비슷한 수익을 얻었다. 외국인 비중이 30%를 넘는 한국의 주식시장은 환율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래 판단은 과거 학습으로부터 온다. 지난 10년의 금리와 부동산 시장, 환율과 한국 주식 시장의 반대 방향 움직임은 좋은 공부거리다. 당장 12월 금리인상설이 파다하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반대다.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이어진 10년 전의 악몽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아직은 올릴 때가 아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일반 국민들에게 자신의 해외금융재산을 보고하라고 하는 FBAR 보고양식(당시에는 TD F 90-22.1)이 바뀐 것이 2008년 9월이었다. 그리고 한국의 은행들에게 미국인 계좌정보를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FATCA 법이 통과된 것이 2010년 3월이었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일까? 갔던 사람들 중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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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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