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정치 교체 깃발로 문재인·반기문 지지율 1, 2위 각축
▶ ‘프레임 승자가 유리’ 안철수·이재명·안희정도 논쟁 참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오른쪽)가 15일 여수수산시장 화재피해 현장을 찾아 상인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
올해 봄쯤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의 초반 판세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간의 양강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특히 반 전 총장이 지난 12일 귀국한 뒤 여야 지지층이 두 사람 중심으로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두 사람의 대결은 ‘정권 교체’ 대 ‘정치 교체’ 라는 프레임 전쟁으로 시작되고 있다.
두 주자에 이어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추격전을 펼치고 있어서 앞으로 대선 구도가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또 후발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도 대선 가도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또 새누리당에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외에도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15일 출마를 선언한 이인제 전 경기지사 등이 대선주자로 거명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1월 둘째 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전 대표가 최근 귀국한 반기문 전 총장을 제치고 2주 연속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를 이어갔다. 리얼미터가 9일부터 13일까지 전국의 성인남녀 2,5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1.9%포인트) 결과 문 전 대표는 지난주보다 0.7%포인트 내린 26.1%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주 연속 1위를 지켰다.
반 전 총장은 귀국이후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주보다 0.7%포인트 오른 22.2%의 지지율을 기록해 문 전 대표와의 격차를 좁혔다. 특히 반 전 총장은 귀국 다음날인 13일에는 25.3%를 기록해 문 전 대표(23.7%)를 누르고 일일 지지율로는 선두를 차지했다. 이는 귀국에 따른 ‘컨벤션 효과’가 최근 검증 논란에 따른 마이너스 효과보다 우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최근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 수수설’과 ‘반 전 총장 동생·조카의 뉴욕 연방법원 뇌물 혐의 기소’ 등 잇단 검증 논란으로 주춤했었다.
이어 이재명 성남시장(11.7%)과 안철수 전 대표(7.0%)가 3, 4위를 차지했다. 이 시장은 전 주보다 0.3%포인트 내렸고, 안 전 대표는 3주간의 하락세를 마감하고 전 주보다 0.5%포인트 반등했다. 그 다음은 안희정 충남지사(4.9%) 박원순 서울시장(4.4%) 손학규 전 대표(2.3%) 유승민 의원(2.2%) 홍준표 경남지사(1.3%) 남경필 경기지사(1.2%)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1.1%) 원희룡 제주지사(0.7%) 순이었다.
이런 가운데 양강 주자로 자리 잡은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은 ‘정권 교체’와 ‘정치 교체’ 화두를 놓고 격돌했다. 문 전 대표는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정권 교체를 해내겠다고 강조했고, 반 전 총장은 “몸을 불사를 의지를 갖고” 정치 교체를 하겠다고 역설했다.
반 전총장은 12일 인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쟁으로 나라와 사회가 더 분열되는 것은 민족적 재앙”이라며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가 이뤄져야 될 때”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가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국면에서 ‘정권 교체’ 목소리를 높이는 데 대해 맞불을 놓은 메시지였다.
이에 문 전 대표는 13일 ‘18세 선거권 이야기’ 간담회에 참석해 “정권 교체를 말하지 않고 정치 교체를 말하는 것은 박근혜 정권을 연장하겠다는 말로 들린다”면서 “정치 교체는 정권 교체로만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문 전 대표는 14일 지지자들 모임 ‘더불어포럼’ 창립식 축사에서 “구체제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달라는 것이 촛불 민심의 명령”이라며 “이번에야말로 정권 교체를 해내라는 엄중한 명령을 꼭 받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반 전 총장의 ‘정치 교체’ 주장에 대해 “옛날에 박근혜 후보가 정치 교체를 말했죠”라고 재반박했다.
반면 반 전 총장은 이날 고향인 충북 음성의 사회복지시설 ‘꽃동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권은 계속 교체됐다”면서 “그러나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서 정치의 여러 가지 행태라든지 국민의 생각하는 사고라든지, 특히 정치인들의 사고방식은 변하지 않는 수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를 바꿀 건 바꾸고, 정치적 행태도 바꾸고, 여러 면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주자들도 ‘교체’(change) 논쟁에 끼어들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반 전 총장의 정치 교체론에 대해 “박근혜 2탄으로 사람 교체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의당이야말로 정권 교체와 기득권 척결을 동시에 실현할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제 도전은 정권 교체와 세대교체뿐 아니라 시대 교체를 포함한다”고 역설했다.
총론적 프레임 전쟁은 앞으로 경제 살리기, 양극화 해소, 정치 개혁, 튼튼한 안보 등 구체적 과제를 둘러싼 이슈 논쟁으로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과 관련해 한발씩 ‘우클릭’으로 나아간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문 전 대표는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한미 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신중론을 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사드 배치에 대해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전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조치를 취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안보 보수론’을 폈다. 프레임 대결에서 먼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대선주자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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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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