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보스’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최근 부진이 심상치 않다. 최근 8경기에서 7실점 하며 평균자책점은 어느새 3.75까지 치솟았다.

오승환은 지난 2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경기에서 5-4로 앞선 9회말 등판해 왼손타자 데이빗 페랄타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얻어맞고 시즌 3번째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나마 추가 실점 없이 5-5 동점을 유지한 채 9회를 마쳤으나 승리찬스를 놓친 카디널스는 연장 10회말에 D백스에 끝내기 점수를 내주고 5-6으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1이닝 2안타(1홈런)로 1실점한 오승환은 최근 8경기에서 7점을 내줘 이 기간 중 평균자책점이 7.88을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승환의 시즌 성적은 1승4패 16세이브(3블론) 평균자책점 3.75가 됐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6승3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카디널스와 2년 계약이 종료돼 다시 FA(프리에이전트)가 되는 오승환은 지난해의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FA시장에서 대박 계약을 기대할 수 있었으나 올 시즌은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순간 홈런을 너무 많이 맞고 있다. 최근 2주 동안에만 홈런 3방을 내주는 등 올해 36이닝에서 벌써 6개의 홈런을 맞았는데 이는 지난해 79⅔이닝동안 허용한 홈런수(5)를 이미 뛰어넘은 것이다. 투구 이닝은 절반도 안되는데 피홈런은 벌써 지난해 수치를 넘어선 것이다. 그의 평균자책점이 지난해의 두 배 가까이 부푼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수치다.

오승환의 부진 원인으로는 그의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구위가 뚝 떨어진 이유가 첫 번째로 꼽힌다. 야구 통계사이트인 ‘브룩스 베이스볼’에 따르면 오승환의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4월 93.00마일, 5월 93.69마일, 6월 93.66마일로 꾸준하게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위력은 뚝 떨어졌다. 지난해 타자들을 피안타율 .164로 묶었던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올해 피안타율이 .302로 치솟았다. 또 체인지업 역시 피안타율이 .200에서 .350으로 껑충 뛰었다. 패스트볼과 함께 오승환의 주무기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이처럼 난타당하면서 비록 16세이브로 내셔널리그 공동 4위에 올라있음에도 불구, 전혀 ‘파이널 보스’다운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슬라이더의 위력이 뚝 떨어지면서 왼손타자를 상대로 약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두드러지고 있다. 오승환의 왼손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353으로 오른손타자 상대 .197보다 훨씬 높다. 올해 허용한 6개의 홈런 중 5개를 왼손타자에게 내줬다. 지난해 오승환은 왼손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176에 홈런 1개만을 내줘, 피안타율 .201과 홈런 4방을 내준 오른손타자보다 강한 면을 보였다. 1년 만에 왼손-오른손 타자에 대한 강약이 뒤바뀐 셈이다. 오승환으로선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빨리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김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