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인항공기와 자율주행차 넘실대는 도시, 장사하는 법을 아는 두바이, 남대른 매력
▶ 인프라 구조 투자와 개선에 통 큰 결정…2020년 만국박람회 개최로 개발상 자랑 박차
■연구소 도시
어느 날 저녁 해안을 걷던 필자는 작은 목제 플랫폼을 분해하느라 분주한 한 무리의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 목제 플랫폼에는 파란색 원 안에 대문자 E가 찍혀 있었다. 필자가 그 물건을 처음 본 것은 그 날 아침이었다. 그 때 필자는 난데없이 튀어 나온듯한 그 물건의 정체가 뭔지 몰라 신기해했다. 해안에서 시끌벅적 파티를 벌이기 위해 필요한 댄스 플로어일까? 아니면 헬리패드일까? 두바이라면 두 경우 다 드물지는 않게 볼 수 있다. 대체 이건 왜 설치되었고, 설치된 지 12시간 만에 야음을 틈타 해체되는 것일까? 하지만 설치 목적이 비밀은 아닌 것 같았다. 책임자 같은 한 노동자가 통화 중이던 휴대전화를 귀에서 잠시 떼고 이렇게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이건 드론용이다.” 그렇다면 왜 분해하고 있는가? “기술적 문제 때문이다.”
다음 날 두바이 도로교통국의 간부 아흐메드 하솀 바흐로지얀이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우리는 모든 교통수단을 살펴보고 있다.” 우리는 벨벳 로프 뒤에 세워진, 놀이동산의 놀이기구처럼 생긴 물건 옆에 서 있었다. 그 물건의 이름은 이항 184였다. 이항 184는 중국산 무인비행기로, 승객 1명과 작은 가방을 싣고 30분간 비행이 가능했다. 운용 시험은 7월에 공식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무인기의 타당성을 묻자 바흐로지얀은 그저 웃기만 했다. 두바이는 장사 하는 법을 알았다. 그 발표는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힘이 있었다. 두바이가 이웃인 아부다비와 연결되는 하이퍼루프 여객 수송 체계를 만들겠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도 엄청난 언론의 팡파르를 받았다. 이 계획은 훗날 사전 타당성 연구 수준으로 격하되었지만 말이다.
두바이에는 이보다 타당성이 더욱 확실히 검증된 교통 계획도 있다. 지난 2009년, 그 전해 있었던 글로벌 경제 위기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던 두바이는 이 지역 최초로 지하철을 개통했다. 그것도 무인 운행 지하철이었다. 이 지하철을 타는 사람의 수는 1년에 약 연 2억명에 달한다. 두바이는 이 지하철을 사용해 2030년까지 현지의 모든 교통 중 25%를 자율운행으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두바이 도로교통국은 자율주행 버스와 공중 곤돌라도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의 유명 도시에 뒤질세라 적극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해,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유인하고자 하고 있다.
이는 군주제의 장점이 빛을 발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두바이는 신속히 법규를 바꾸어 우버나 다이믈러 같은 기업에 도시 전체를 연구소로 제공할 수 있다. 바흐로자얀는 “두바이는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빠르게 기업들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다. 관료 제도가 간소하고 따라서 법규와 정책을 바꾸는 데 시간이 덜 걸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와서 시도해보지 않는 한 자신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도 잘 모르던 기업에게조차도 두바이는 매력적이다”고 말한다. 두바이 도로교통국은 자율주행 교통체계에 필요한 더욱 정밀한 지도를 제공하려 하고 있으며, 또한 도시 전체를 달리는 여러 메이커에서 제작한 수천대의 차량에게도 데이터를 공유시킬 수 있는 클라우드도 만들려고 하고 있다.
두바이는 스스로에게 유용한 것으로 입증된 시스템을 건설하려는 것이다. 이는 두바이 본토의 효율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해외 수출 효과도 있을 것이다. 두바이의 거대 항구인 제벨 알리 역시를 운영하는 기업인 DP 월드 역시 같은 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며, 자사의 자동화 기술을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인프라 구조 관련 투자야말로 이러한 계획의 진행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두바이는 2020년 만국박람회의 개최를 앞두고 교통 개선에 3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아랍권 최초로 개최하는 만국박람회다. 도로교통국은 행사장까지 지하철 노선을 14.5km를 연장할 계획이다. 이 행사장은 확장 중인 두바이의 신 공항 인근에 있다. 파빌리온의 설계는 노먼 포스터,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등의 유명 건축가들이 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볼 때, 두바이 만국박람회의 지속가능성 목표는 높다. 이 행사에 사용되는 전기 중 50%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생산할 것이다. 그리고 이 중 또 50%는 행사장에서 직접 생산할 것이다. 칼라트라바가 설계한 에미레이트 파빌리온은 통합형 태양전지가 달린 동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만국박람회, 그러니까 상하이나 밀라노 등에서 열린 만국박람회는 기본적으로 내국인 입장객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러나 두바이는 이번에 올 거라고 예상되는 2500만명의 입장객 중 70%가 (대부분이 A380 항공기를 타고 들어오는) 외국인일 거라고 보고 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만국박람회 뿐 아니라 UAE 건국 50주년도 축하하게 된다. 두바이로서는 국제 사회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큰 기회다. 두바이 만국박람회 조직위원장 레엠 알 하쉬미는 상호연결성이야말로 두바이가 살아남은 방식이라면서 전세계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여기 와서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경제 파퓰러 사이언스. 계속>
<
서울경제 파퓰러 사이언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