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형태의 연방정부가 들어선 지는 230년이 되지만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아 정부가 문을 닫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도 예산이 마련되지 않아 일부 공무원들이 집에 가 쉬는 일은 있었으나 그 기간은 반 나절 혹은 하루가 고작이었다.
정부 전체가 폐쇄돼 며칠씩 연방정부 기능이 마비된 것은 90년대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다. 1994년 중간선거에서 압승해 40년만에 연방의회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기고만장했다. 정치적으로 식물인간이나 다름없게 된 클린턴을 무시하고 메디케어와 환경 등 주요 정책분야에서 공화당의 의중이 담긴 예산안을 밀어부쳤다.
클린턴이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1995년 11월 14일부터 닷새간, 1995년 12월 16일부터 22일간 등 총 27일 연방정부는 군대 등 국가안보와 관련된 업무를 제외하고는 문을 닫았다.
공화당 지도부는 이를 통해 민주당 행정부를 길들이겠다는 계획이었으나 결과는 뜻밖이었다. 미국민은 2대 1의 비율로 정 폐쇄를 공화당 탓으로 여겼고 이를 계기로 정치적으로 사망한 줄 알았던 클린턴은 부활했다. 1996년 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고 클린턴은 여유있게 재선에 성공했다.
공화당은 이때 교훈을 새기지 못하고 2013년 10월 다시 정 폐쇄를 시도했다. 이번에는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예산안 갈등이 이유였다. 이번에도 여론은 정부폐쇄를 42대 24 비율로 공화당 탓으로 돌렸다. 정부폐쇄를 정치협상의 볼모를 잡는 것은 야당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만 확인한 셈이다.
지난 주말부터 폐쇄됐던 연방정부가 22일 공화 민주 양당 간에 타협안이 마련됨에 따라 23일 다시 문을 열었다. 연방상원의 찰스 슈머 민주당 원내총무는 공화당 원내총무인 미치 맥코넬이 어렸을 때 부모를 따라 밀입국한 불법체류 자녀들 구제법안에 대한 토론과 표결을 약속했다며 정부 문을 여는데 동의했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일방적으로 백기를 들어 이들을 구제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며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1995년과 2013년 예가 보여주듯이 연방정부 폐쇄를 정치흥정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 오히려 정치적 지지도가 낮은 대통령의 위신만 높여주기 십상이다. 협상대상이 불체자 자녀 구제일 때는 더욱 그렇다.
많은 미국인들은 이들 구제에는 찬성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해 연방정부 문까지 닫는데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슈머가 정부 문을 다시 여는 타협안에 찬성한 것은 올 11월 중간선거에 트럼프가 이긴 주에서 출마하는 10명의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이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민주당은 연방정부의 정상적인 운행보다 불체자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공화당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거기다 정부를 문제의 근원으로 보는 공화당과는 달리 정부를 문제의 해결사로 여기는 민주당의 시각차도 장기적인 정부폐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의 하나다.
정부폐쇄는 일단락 됐지만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 이번 문제의 핵심인 불체자 자녀 합법체류 신분 문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즉각적인 합법화를 원하는 반면 공화당은 멕시코 국경 장벽건설과 가족이민 제한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의회 다수당 자리를 주고 2020년 선거에서 민주당 대통령을 뽑는 것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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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배기 들만하죠. 도리어 민주당이 둘로 갈라젼다는데
몇일만 더 끌었으면 민주당은 올 중간선거에서 참패할뻔 했읍니다. 대통령이 불체자들한테 시민권을 주지 않아서 정부를 문닫게 만든 인간들이라고.
아마도 blacklist 가 아니고 id 등록 안 해설껍니다.
한국일보" 왜 나를 B/L 에 올려놓고 3줄 밖에 글을 못쓰게하나. 욕이 아닌글도 못쓰게하고. 갑질 고만해요. 더러워서. 더러는 칸메워주눈것 고마운줄 알아야지.맞아요 찌라시
글쓴이가 없나? 이것도 신문이냐? 찌라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