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골자로 한 남북 정상 간의 ‘판문점 선언’이 나온 후 이의 실천을 위한 후속조치들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이 성과에 힘입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또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판문점 선언에 전 세계는 지지와 기대를 보내고 있으며 한국민 절대 다수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위시한 소수의 수구정치인들은 판문점 선언의 의미를 연신 깎아내리며 몽니와 어깃장 부리기에 여념이 없다. 홍 대표는 어김없이 주사파 타령을 반복하며 판문점 선언을 ‘위장 평화쇼’라고 부르는 등 거친 언사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판문점 선언에 대한 홍 대표의 처절한 부정은 보기에 딱할 정도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생뚱맞게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최근 국제적 웃음거리가 된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의 외국인 선수 신장제한 규정이었다. KBL은 한국선수 보호와 흥행을 이유로 외국선수 신장을 장신 200cm 이하, 단신 186cm 이하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알다시피 농구는 신장의 경기다. 그런데도 한국은 자국선수 보호를 이유로 키 큰 외국선수들을 쫓아냈다. 이런 폐쇄적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아니나 다를까. 월스트릿저널 등 외국 언론들은 “이 규정이 세계적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데도 KBL만 그걸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KBL식 농구로는 국제적 경쟁력을 아예 기대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국내흥행도 저해하게 된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돌아가든 상관없이 문을 걸어 잠그고 우리식대로 하겠다는 시대착오적 태도이다. 마치 구한말 쇄국주의를 보는 것 같다. 홍준표 대표의 지금 태도가 딱 그것을 닮아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여전히 냉전사고에 갇힌 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는 대의를 얘기하지만 그의 속내는 뻔하다. 사실은 판문점 선언으로 입게 될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타격과 그럴 경우 위태롭게 될 자신의 입지에 대한 걱정만이 가득한 것이다. 한국의 수구정당은 적대적 북한을 기반으로 존립해 왔다.
그런 북한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자신들의 존재를 뿌리 채 흔드는 중대한 상황변화이다. 수구의 주력 상품인 ‘안보장사’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판문점 선언으로 이들이 아노미적 혼란과 멘붕에 빠지고 있는 건 당연하다.
이런 때 보수층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이다. 홍 대표처럼 생떼에 가까운 무조건적 거부반응을 나타낼 것인가, 아니면 상황과 여론을 분석하면서 냉정하게 대응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일단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 실천과정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겠다는 일부 보수의 입장은 판문점 선언에 한 번은 기회를 주겠다는 합리적 대응이라 볼 수 있다.
극단적 이념에 사로잡힌 수구에 의해 합리적 보수는 지금 질식 상태에 놓여있다. 그리고 그런 수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홍준표 대표는 현 집권세력을 가장 많이 도와주는 X맨”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그걸 말해준다.
한반도의 봄이 보수에게는 잠시 동안의 추운 겨울이 될지 모르지만 동시에 합리적 보수가 제자리를 찾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정치세력은 판문점 선언에 재 뿌리는 일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밥상에 숟가락을 얹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더 현명하다.
공화당과의 채널을 풀가동해 자신들의 견해가 북미정상회담에 조금이나마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그에 대한 크레딧을 주장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당장의 위기감과 절망을 감정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길게 보고 차분하게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얻으려 힘쓰는 게 보수의 미래를 위한 길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홍 대표의 별명 가운데 하나가 ‘홍트럼프’이다. 거침없는 트럼프의 캐릭터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것인데, 트럼프와 달리 현실감각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최근 그의 행보를 보면 이런 별명조차 과분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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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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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여기는 Guest 혼자만의 공간이냐? 조윤선과 너만 씨부리면 다옳은 거냐 정치식견이 없으면 가만히 있으라.
제대로 날카롭게 논설을 쓰는 이는 조윤성씨 뿐이다. 옥가와 민가는 의심과 왜곡 투성이지. 김정은이 핵카드로 체제보장얻고 평화이룬다. 보장한다 한달만 기다려라
국민의 90%가 찬성합니다. 그래도 홍가는 내멋대로 간다 못말려. 민주당 2중대인줄도 모르고
홍준표는 다 반대하잔아 이번에 정은이만난것도 다 쑈라잔아.. 민주당이나 청와대관련해서 홍준표가 찬성한거있으면 이야기해봐요...
무조건 반대냐 (100% 냐 50%냐) 여하튼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이유가 있는 반대라면, 욕은빼고 차분히 그의말도 들어보는것이 완숙한 모습이 아닐가요?반대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