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쓰러진 케네디 곁 주방보조원 회고…”죄책감에 시달렸다”

케네디 의원 총격 당시 사진을 들고 있는 후안 로메로 [AP=연합뉴스]
50년 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생으로 유력 대선 주자였으나 암살된 로버트 F. 케네디 당시 상원의원은 숨지기 전 사경을 헤매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걱정하는 말을 남겼다는 증언이 나왔다.
3일 미국 공영 라디오 NPR에 따르면 1968년 6월 5일 로스앤젤레스 앰배서더 호텔 주방에서 총에 맞아 쓰러진 케네디 의원의 머리를 들어 올리고 있던 후안 로메로(67)는 최근 구술 기록을 보전하는 공공기관인 스토리코어(StoryCorps)와 당시 상황을 회고하는 인터뷰를 했다.
로메로는 총격 직후 벌어진 처참한 장면을 담은 사진 속 '주방 보조원'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인물이다.
당시 17살이던 로메로가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진 케네디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머리를 들어 올리고 있던 모습은 미국과 세계 미디어에 대서특필됐다.
로메로는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는데 그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내 귀를 그의 입술에 가까이 대자 그가 '모두 괜찮나(Is everybody OK?)'라고 한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로메로는 "나는 '네, 모두 괜찮아요'라고 말했다"며 "그를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 찬 콘크리트와 그의 머리 사이에 손을 넣었다"고 회고했다.
역사적인 총격 사건 현장의 사진으로 세상에 알려진 로메로는 케네디 의원을 향한 죄책감을 시달리며 살았다고 고백했다.
총격 당시 케네디 의원은 연회장에서 행사를 마치고 나서 기자들을 만나기 위해 주방을 지나가던 중이었다. 당시 로메로를 포함해 주방에서 일하던 이들이 열광적으로 환호하면서 악수를 청했고 그 와중에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인 시르한 비샤라 시르한이 케네디에게 총격을 가했다.
로메로는 사건 직후 자신에게 무수한 편지가 쏟아져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중에는 "그(케네디 의원)가 너와 악수하려고 멈춰 서지만 않았다면 살아 있을 수도 있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수십 년이 지난 2010년 로메로는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 있는 케네디의 묘소를 찾아갔다. 고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그는 생전 처음으로 정장을 입고 갔다고 했다.
그는 "그를 해친 총탄을 멈추지 못하게 한 나를 용서해달라고 말해야 한다고 느꼈다"며 "정장을 입고 묘소 앞에 섰을 때 그를 처음 만난 날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케네디는 형인 존 F. 케네디 행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196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경선에 참가해 유력 대선 후보로 주목받았지만, 형과 같이 암살범의 총격에 목숨을 잃는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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