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인근 교외도시가 10년 전 논란 속에 채택한 '영어 공식 언어화' 결의안을 폐기, 눈길을 끌고 있다.
4일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일리노이 주 카펜터스빌 시의회는 2007년 영어를 지자체의 유일한 공식언어로 명시한 규정을 최근 전격 폐기했다.
존 스킬먼 시장은 "영어 공식 언어화는 논란만 부추겼을 뿐"이라며 "이민자에게 영어 습득을 통한 미국 사회 '동화'(assimilation)를 고무하고 지역사회 주민들의 '단합'에 기여할 것이라 기대했으나, '분열' 역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히스패닉계 다수 거주지역인 카펜터스빌은 2007년 당시 "영어를 공용어로 선언함으로써 언어 단일성을 확립하고 불법 이민을 억제하며 지역사회에 필수적인 응집력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바 있다.
존 설리반 시의원은 "지역사회 내 특정 집단을 겨냥, 못된 의도를 갖고 내려진 결정이었다"며 "옳지 않은 규정을 바로잡았다"고 자평했다.
카펜터스빌에 기반을 둔 제조업체 '오토 엔지니어링'(Otto Engineering) 탐 로저 회장은 "시의회가 영어를 공식 언어로 결의하고 불법 이민자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사업체에 벌금을 물리기로 한 후 많은 히스패닉계 주민들이 도시를 떠났다"며 "(극심한 인구 감소로 도시 존립 위기를 겪은) 제2의 디트로이트가 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시 당국은 "10년이 지난 지금, 범죄율이 낮아졌고 길거리 낙서가 줄어들었으며 새로운 비즈니스 활성화와 함께 히스패닉계를 위주로 한 인구 재유입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카펜터스빌의 히스패닉계 인구 비율은 51.6%로, 영어 공식언어화 조례가 제정될 당시인 40%보다 더 높아졌다.
스킬먼 시장은 "주민 누구도 소외시키고 싶지 않다"며 "지금이 (결의안 폐기) 적정 시점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부 시의원들은 "'미국인의 공용어'인 영어를 '공식 언어'로 유지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영어가 아닌 언어로 정부 간행물을 제작해야 하는 등 불필요한 세금 낭비만 부르게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드폴대학 라틴연구학과 로데스 토레스 교수는 이와 관련 "이민자에게 '모국어로 말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들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서 "이민자를 위협적 존재로 여기기 보다 가치를 인식하고 지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어 공용화는 정부 공식 문서와 행정 절차 등에 영어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재 미국에는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전체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연방 차원에서 영어가 공식 언어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고, 각 지자체가 결의안 채택·조례 제정 등을 통해 자율적 결정을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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