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시설 보내기 두렵고 부양 부담 등 사회문제로
#클레어먼트 메사 블러바드에 사는 한인 김모 씨는 올해 63세로 한국에 91세의 노모 때문에 항상 마음이 편치 않다. 김 씨는 “얼마 전 병원에 계신 노모를 뵈러 한국에 방문했는데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을 그렇게 병실에서 머물러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노모를 미국에 모시고 오고 싶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럴 수 없어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출라비스타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송모 씨는 올해 84세로 남편과 사별한 후 40년 가까이 홀로 살고 있다, 슬하에 아들과 딸 둘이 있지만 각자 떨어져 살면서 가끔씩 식사를 하고 2~3일에 한 번 정도 전화로 서로 안부를 확인하며 살고 있다.
“자식들한테 신세를 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건강에 대한 걱정과 함께 밤이나 주말에 밀려오는 외로움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7년 통계기준으로 노인이 고령의 부모를 부양하는 가구가 20만 가구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은 노인이 고령의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따로 살거나 요양원에서 모셔두고 가끔씩 병문안 형식으로 방문하는 사례가 많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이 바로 이런 경우다.
샌디에고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이제는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시대적인 차이가 있지만 60이 넘는 한인들이 80을 넘은 노부모와 함께 공존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한인 커뮤니티 특성상 이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확인할 수 없지만 상당수 한인들이 노부모가 생존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시니어센터의 한 관계자는 “이곳에 오는 회원들의 평균 연령이 80을 넘었다. 그렇지만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노후의 삶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혹은 독거하는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취미나 여가생활을 하는 분들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샌디에고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은 아직도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문화 중심에 있는 효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미국의 발전된 사회복지로 인해 한국처럼 노부모를 부양하지 않고 있지만 재정적 지원과 함께 다양한 모습으로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인이 노인과 함께 하는 시대가 이처럼 밝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부모들이 노인요양시설로 가야 하는 미래가 두렵기만 하다. 이 같은 인식은 50대 후반부터 60대의 한인 베이비부머 세대들도 똑같이 하고 있다.
개인사업자로 60이 넘었으면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모 씨는 “누구나 속마음은 자식하고 살고 싶을 거야. 요양원에 가면 자식이 찾아오기 전에 볼 수도 없어. 입원시켜 놓고 처음엔 자주 찾아오다가 나중에 오지도 않는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고령의 부모를 오랜 기간 봉양하다 보면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여기에 각종 병시중으로 심신이 지치면서 예기치 않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중장년층은 자녀 교육에 큰 비용이 들거나 직장에서 퇴직해 경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부모 봉양 책임에 유독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노인이 고령의 부모와 함께 하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에 대한 한인 커뮤니티 차원의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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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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