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또래보다 훨씬 작은 체구인 아들의 키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남편과 내가 꽤 큰 편이어서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농구를 좋아하는 이 녀석도 이제야 키가 크고 싶은지 음식도 가리지 않고 먹고, 거부하던 홍삼액도 단숨에 들이킨다. 하루는 농구 연습을 갔다가 오는 길에 “엄마 혹시 캐시(cash) 있어?” 하길래 “덥지? 뭐 먹고 싶어?” 하고 되물었더니, 한 시간 전에 농구 연습갈 때 보았던 길가의 딸기 팔던 아저씨가 아직 딸기를 하나도 못 판 것 같아 사자고 했다. 어떻게 그 아저씨의 힘듦이 이 어린아이의 눈에 보였을까? 하며 기특해했다.
작년에는 이사를 오면서 새로운 중학교에서 아들이 한참동안 혼자 도시락을 먹었다. 서로 이미 친한 아이들 사이에 끼어드는 것이 그 친구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 같다며 혼자 책을 보며 밥을 먹는다고 했다. 또, 작년 가을에는 다른 가족들과 캠핑을 가서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았는데 이 녀석만 바닥에 앉아 있어서 물어보니 의자가 부족한 것 같아 차라리 바닥에 앉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는 이유였다.
‘배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쓴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는 참 따뜻한 단어이다. ‘배려’라는 책에서 나왔던 우화가 생각난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걷자 이를 어리석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아들의 남을 배려하는 이런 마음과 행동이 어떤 때는 손해 보는 것 같아 신경쓰이고 때론 어리석어 보이기도 하지만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아보고 남을 위하는 일을 실천에 옮기는 일은 어른인 나도 하기 힘든 진심과 용기이다.
언젠가 CVS 약국에서 약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어눌한 한국말로 “어, 여기 앉으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이 드신 한국분이 들어오자 얼른 자기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부끄럼 많은 아이인데 마음이 불편하지 않게 용기를 낸 것이었다. 작지만 어른보다 속 깊은 배려와 따뜻한 마음씨는 성장하고 어른이 된 후에도 이 아이의 삶을 충분히 풍요롭고 만족스럽게 해줄 것 같아서 기쁘고 기대된다.
<김영숙 실리콘밸리한국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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