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주 주도 몽고메리 시에는 작년에 린치(사람을 나무에 매달아 처형하는 범법행위)당한 흑인들을 기리는 기념관(Equal Justice Initiative Memorial)이 세워졌다.
오래 전 무자비하게 흑인의 귀한 생명을 앗아간 린치의 이유는 황당무계 했다. 흑인남성과 백인여성의 결혼 주례와 흑인들이 투표할 수 있게 도운 일 등이 원인이었다.
또한 이웃을 폭행하는 백인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해서, 백인의 우물에서 물을 마셨다 해서, 백인소녀에게 겁을 주었다 하여, 백인동네를 잠시 걸었다 하여, 자신의 딸을 욕보인 백인 범인이 체포되게 도왔다 해서, 개인 소유의 땅을 무료로 백인에게 넘겨주지 않았다 하여, 백인 가게 주인이 흑인 손님에게 판매거부한 것을 불평했다 해서, 백인 소년과 싸운 아들이 린치당할까 보호하였다 하여, 부인이 백인이라 하여, 백인여성에게 좋지 않은 말을 건넸다는 것 등이 처형 이유였다.
넓고 파란 잔디밭 뒤 나지막한 언덕 위에 린치 당한 시신들을 상징하는 거대하고 많은 네모 쇠기둥들이 질서 정연하게 걸려 있었다. 각 기둥의 위에는 주와 카운티 이름이, 아랫쪽에는 그 지역 피해자들의 이름과 날짜가 적혀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이웃을 선동하여 무고한 흑인들을 나무에 매달고, 돌팔매질과 뭇매를 가하며, 총을 쏘고, 목숨이 붙어있는 상태에서 불에 태우기도 했던 잔인무도한 백인들. 이 기념관은 뒤늦었지만 그렇게 당한 억울한 생명들을 기억하고, 참회하며, 인종간의 평화를 위해 투쟁하겠다는 결단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쇠기둥 사이를 거닐면 기둥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이 얼굴에 와 닿는다. 비로소 자유롭게 쉴 수 있게 된 죄없는 영혼들의 움직임이라 느껴졌다.
1960년에 출판된 하퍼 리의 유명한 소설 ’앵무새 죽이기’는 저자가 10살이던 1936년 자신이 살던 앨러배마 주의 작은 마을 먼로빌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소설화한 것이다.
그레고리 팩이 변호사 애디커스 휜치 역을 맡아 당시 화제를 뿌린 이 영화 역시 클래식이 되었다. 소설의 내용처럼 백인들의 거짓증언에 의하여 살인죄로 무기형이나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서 학대를 당하다 목숨을 잃어간 흑인들의 숫자는 부지기수였다.
노예제도 폐지로 흑인 박해가 끝이 난듯 했으나, 이렇게 모습만 바꿔 지속되었던 인종차별은 오늘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계속되고 있다.
<
김성실 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정책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