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전문가 인터뷰…스인훙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1단계 이은 2단계 무역협상도 미제품 구매 강요해 갈등 소지
▶ 공동이익은 전쟁 방지 수준, 정상회담 열려도 관계 내리막…미대선후보 중국 때리기 예상

스인훙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가 미중관계를 주제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미국이 보기에 공산당이 국가와 사회를 전면 장악한 중국은 충돌할 수밖에 없는 퇴행적인 체제일 것이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미중 간 공동이익은 전쟁을 방지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면서 “미 대선이 본격화되면 후보들이 앞다퉈 ‘중국 때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미국산 농산물 대량 수입은 경기 둔화에 접어든 중국에게도 큰 도전”이라며 “정상회담이 열린다 해도 양국 관계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최고의 미중관계 전문가로 꼽히는 스 교수는 국무원 참사 등을 지내며 중국 정부의 외교 현안 자문과 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해왔다. 인터뷰는 지난 8일 그의 런민대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중국과 미국은 왜 대립하나.
▲ “세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미국 체제와 문화의 저열한 근성이다. 의식과 제도가 자신들과 많이 다른 중국을 배척한다. 둘째는 심각한 병리증상이다.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로 자유롭고 개방적인 세계 경제체제를 와해시키려 하면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끝으로 이데올로기의 차이다. 과거 몇 년간 중국이 전략적으로 확장하면서도 경제개혁은 정체돼 미국의 불만이 가중됐다.”
-올해 양국이 맞붙을 가장 첨예한 이슈는.
▲ “단연 무역이다. 양국간 1단계 협상은 미국이 중국에게 농산물 수입 증대를 요구한 것이다. 곧 시작할 2단계 협상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지속적으로 지불능력을 초과해 미국 제품을 구매하도록 강요하고, 중국이 빠른 속도로 광범위한 영역에서 구조조정과 경제개혁을 추진하도록 더 큰 압력을 가할 것이다.”
-15일 1단계 합의에 서명하는데.
▲ “무역협상 1단계에서 중국은 경제가 둔화하고 미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이었다. 중국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ㆍ일본ㆍ한국ㆍ호주ㆍ캐나다 등과도 제품을 구입하면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 제품을 대량 구매한 상황에서 여력이 있을까. 중국과 기타 선진국 간 관계를 크게 위협하는 일이다.”
-다른 갈등은 뭐가 있을까.
▲ “군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중국은 전략무기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전략무기 체계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몇 년간 대만에 군사ㆍ외교적 지원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중국 본토에 적대적인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의 연임으로 양안 긴장이 고조되면 중미관계 갈등을 가중시킬 것이다. 신장(新疆)위구르와 홍콩, 남중국해 등의 문제도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양국이 추구할 공동의 이익은 없나.
▲ “전략적 경쟁이 치열해 가장 큰 공동이익은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 것뿐이다. 다른 이익은 갈수록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형편이다. 경제의 경우만 해도 공동이익이 있을 텐데도 되레 무역전쟁을 촉발했다. 과학ㆍ기술 교류도 필요하지만 미국은 이미 첨단영역에서 중국과 관계를 끊었다. 기후변화, 반테러 등 인류 공통의 관심사에서도 트럼프 정부는 거의 모든 다자체제를 탈퇴했다.”
-미국 대선은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민주당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 모두 상대를 향해 중국에 대한 태도가 약하다고 공격할 것이다. 자연히 양국 관계에 악재다. 트럼프가 연임하면 통상분야에서 더 잔인하고 가혹한 수단을 꺼내들 것이다. 반면 민주당이 집권하면 인권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커지겠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행보를 예측하기는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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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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