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사무실까지 15분밖에 안 되는 거리이지만 작년 이맘때 11월은 늘 언제나 그렇듯 사무실 도착까지 차들로 꽉 막힌 도로를 빠져나오느라 보통 40분, 어느 날은 1시간 이상 도로 위에 쩔쩔매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침 출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가한 샌프란시스코의 거리를 지나 15분 만에 도착해 주차를 할 때면 기뻐해야 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마음이 씁쓸해집니다. 그 많던 자전거 부대와 바트에서 내려 바쁘게 일터로 향하던 사람들과,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어린이집으로 향하던 아이들의 풍경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시내에서 늘 보아왔던 노숙자 무리들과 텐트로 만들어진 그들의 모빌홈도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볼 수 있는 것이라곤 몇 안 되는 사람들이 거리를 유지하며 냉랭히 걸어가는 풍경과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마약중독자들로 도시 시내는 더욱 을씨년스럽습니다.
몇 달 전에 있었던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성난 사람들의 약탈 시위로 그나마 남아있었던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을 빼앗아 갔습니다. 일부 상점 주인들은 매장 안에 있던 물건들을 다 빼내거나 누런 판자로 가림막을 설치해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거부하며 삶의 터전을 놓아버린 채 수개월 굳게 문을 잠가 걸었습니다.
저희 사무실이 있는 빌딩도 선거 이후 또 한 번의 폭동에 대비해서 정문 유리벽을 판자로 막아야 할지 아니면 엘리베이터 가동을 멈춰야 할지 이런저런 논의 끝에 결국은 주차장 차고 문만 작동하게 하고 선거 이후에는 빌딩 앞문을 걸어 잠그기로 하였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민주주의 국가이며 세계 최강의 미국이 왜 이렇게 품위를 상실하고 무질서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시내에 그나마 열려있던 빌딩의 문들과 상점들이 선거 이후 폭동을 대비해 자기만의 보호 방식으로 문들을 걸어 잠가 이제 샌프란시스코의 시내는 고요하다 못해 삭막합니다.
2020년 11월…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혼돈의 시기에 절망으로 또는 두려움에 갇혀있을 지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고 그렇기에 서로가 필요한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바라기는 곧 맞을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을 통해서 가족들과 친구들의 위로를 받으며 이 나라가 분열이 아니 연합의 모습을 다시 회복하길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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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구세군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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