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아프간 미군 감축 반대…군사자금 전용·국내시위에 군투입 제약
▶ 트럼프 요구는 미반영…거부권 엄포놓은 트럼프 실행여부 불분명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로이터=사진제공]
미국 의회가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합의안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역점 사업에 줄줄이 제동을 걸었다.
여야는 지난 2일 상·하원 합동위원회에서 합의안을 도출했는데, 해외미군 감축 견제, 터키 제재, 국방예산 전용 제한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도 합의한 것이어서 그동안 외교·국방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놓고 불편함을 느낀 이들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 이후 반기를 든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4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NDAA 합의안에는 독일 주둔 미군 병력을 현 수준인 3만4천500명 이하로 감축할 경우 국방장관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관한 보고서를 120일 전에 제출토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7월 말 주독미군을 2만4천 명으로 줄인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수용할 수 없고 현상 유지를 하라는 의회의 입장이 강력하게 반영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임기 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4천500명에서 2천500명으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의회는 이 역시 평가보고서 제출 등 제동을 거는 내용의 반영을 관철했다.
WP는 주한미군 규모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현행 2만8천500명 미만으로 줄이지 못하도록 한 조항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질책이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NDAA에는 러시아에서 S-400 지대공 미사일을 구매한 터키를 대통령이 제재하도록 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군사기밀 유출을 이유로 한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터키는 이 미사일 구매를 강행했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대응 조치를 머뭇거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러시아가 포상금을 내걸고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살해를 사주했다는 의혹을 트럼프 대통령이 일축해 논란을 빚은 일을 염두에 둔 듯 법안에는 미군 대상 공격을 위해 러시아가 후원하는 포상금에 관한 연례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라는 조항이 담겼다.
또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이유로 군사 건설자금에서 전용할 수 있는 예산을 미국 내 연간 1억 달러, 해외 5억 달러로 상한을 뒀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행정명령을 발동해 이 자금을 전용한 사례의 재발을 막자는 취지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미전역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 사태 때 일부 폭력 사태를 문제 삼아 주 방위군을 투입해 논란을 빚은 것을 견제하려는 장치도 마련됐다.
NDAA는 법집행관과 미군, 주 방위군이 소요사태에 투입될 경우 소속기관과 이름을 식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총검, 일부 전투 차량과 드론, 수류탄 등 국방부가 특정한 전쟁 무기를 주나 지방 정부의 법집행기관에 이전하는 것을 금지했다.
과거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미군 기지를 다른 명칭으로 바꾸도록 하는 조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했지만 의회는 이를 관철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플랫폼에서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 운영업체에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한 통신품위법 230조의 폐지를 요구했지만 NDAA에 이는 포함되지 않았다.
상원의 자체 NDAA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핵 실험을 위해 관심을 표명한 1천만 달러의 예산이 들어가 있었지만 하원과 합의한 최종안에는 이 내용이 없다.
중국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직원의 틱톡 사용 금지에 관한 조항 역시 포함되지 않았다.
WP는 "초당적으로 승인된 국방수권법은 최고사령관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질책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또 "공화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에 대체로 신중하다"면서도 "4천500쪽이 넘는 이 법안은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관해 토로할 불만이 있었고 미래의 대통령은 이를 반복하질 않길 희망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 법안은 상·하원과 여야가 모두 합의한 상태라 무난히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이 들어간 군기지 명칭 변경에 반대하는 동시에 통신품위법 230조 폐지 조항이 반영되지 않으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의회가 이를 다시 처리하려면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CNN방송은 "이 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항할 수 있는 다수 찬성으로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의회가 압도적 찬성으로 처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도 거부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는 취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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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에게 약속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는 것으로 해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