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화폐, 디지털 ‘금’인가 ‘신기루’인가
▶ 결제 보다 디지털 자산에 주목, 트렌드에 민감 투자업계 ‘낙관’
비관론자들은 “지불능력 한계” 각국 규제 움직임이 핵심 변수
암호화폐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이 나온 지 12년이 됐다. 논란 속에 차츰 주류 시장에 편입되는 듯하던 암호화폐는 미국과 중국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추진으로 다시 한번 규제의 칼날에 노출되는 형국이다.
실제 암호화폐의 미래를 두고 전문가들의 견해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역사적 관점에서 암호화폐 열풍을 조망하는 학계는 ‘17세기 튤립’ ‘폰지 사기’(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에 빗댄다. 심지어 ‘조개껍데기 만도 못하다(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혹평도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투자 업계는 ‘암호화폐가 디지털 금(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대표)’이고 그 중 비트코인은 50만 달러(약 5억 5,000만 원)까지 갈 것으로 본다. 이견이 워낙 커 암호화폐가 조만간 신기루처럼 사라질지, 아니면 경제 시스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우선 비관론자들은 ‘암호화폐가 화폐 기능을 가질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정확히 예측했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암호화폐를 “석기시대의 교환 수단인 조개껍데기보다도 정교하지 못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표적인 결격 사유는 예측 불가한 가격 변동성이다. 비트코인의 경우 올해 최저점이었던 1월 말 3만 534달러에서 100% 이상 오른 최고점 6만 3,346달러(4월 16일)를 기록하기까지 두 달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또 한 달 만에 최고점에서 40% 이상 폭락했다. 가치 변동 위험 때문에 지불 능력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얘기다.
암호화폐가 주로 범죄에 악용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비트코인은 등장한 지 12년이 지나도록 돈세탁 등에만 사용될 뿐 정상적인 화폐 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간 암호화폐 관련 범죄 피해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00%나 급증했다. 암호화폐가 익명으로 거래된다는 특성을 이용해 범죄의 통로가 된 것이다. 해커 집단 다크사이드도 미 콜로니얼파이프라인을 공격한 뒤 암호화폐로 500만 달러를 받았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암호화폐가 CBDC와 다른 가치를 지녔다고 강조한다. 그런 맥락에서 결제 수단 기능에 주목하기보다는 코인이 자산의 디지털화를 매개하는 수단으로 남을 것이라는 관점을 가졌다. 특히 인플레이션 시대에 암호화폐가 더 주목 받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도 “암호화폐가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이자를 주는 국채에 비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낙관론자들은 과도한 전력 소비에 대한 비판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캐시 우드 대표는 “채굴에 재생에너지가 쓰이면 비트코인도 다시 오를 수 있다”며 비트코인 가치가 현재보다 1,200% 불어난 50만 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디지털 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실제 미국에서 대규모 경기 부양책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기관투자가들은 비트코인에 투자한 돈을 빼내 금에 넣고 있다. 투자은행조차 현실에서는 암호화폐를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보기보다 위험자산으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로서는 각국 규제 당국의 움직임이 코인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반(反)암호화폐로 확실히 돌아선 가운데 미국의 입장이 중요해졌다. 금융권의 암호화폐 제도화 움직임,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CBDC 추진, 범죄 악용 등 여러 요인을 다각도로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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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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