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다(Human death is inevitable). 우리가 비타민을 얼마나 많이 섭취하든, 우리 환경이 얼마나 건강하든, 얼마나 운동하든, 우리는 결국 늙고 죽게 될 것이다.”
페르난도 콜체로 남덴마크대 수학과 겸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수전 알베르츠 미국 듀크대 교수가 주도해 14개국 42개 기관에서 통계와 수학적 계산에 근거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내놨다. 9명의 인간과 30마리의 비인간 영장류(야생 동물원과 동물원에 사는 고릴라, 침팬지, 개코원숭이 등)의 출생과 사망 패턴을 비교한 결과다.
콜체르 교수는 인간의 기대 수명은 19세기 이후 매년 3개월씩 늘어났는데, 이는 대부분은 어릴 때 사망하는 사람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콜체로 교수는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환경에 노출된 다른 영장류들도 영아와 청소년 사망률을 줄임으로써 더 오래 사는 데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류의 평균 수명이 1900년의 31세에서 현재 73세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은 노화 속도를 줄인 것 때문이 아니라 조기 사망률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결과에 필자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노화와 죽음은 불가피한데 ‘항노화(antiaging)’나 ‘건강한 노화(healthy aging)’가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콜체로 교수는 인간 수명을 무한정 늘리지는 못하지만 노화 속도는 줄일 수 있다는 ‘열린’ 결론을 내면서 건강한 노화의 가능성에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노화는 건강이 약해지면서 생기며, 다발성 만성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의ㆍ과학계는 노화 메커니즘을 제대로 알아내면 건강과 장수를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인식에서 진행된 다양한 연구에서 적절한 식이요법과 신진대사가 건강 장수의 주요 조절자라는 것이 증명됐다. 영양분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록 소식(小食)하는 방법과 일부 단식요법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단백질 합성ㆍ세포 성장 등을 조절하는 ‘포유류 라파마이신 표적 단백질(mammalian Target Of RapamycinㆍmTOR)’과 인슐린,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Insulin-like Growth Factor 1ㆍIGF-1)를 약리학적이나 유전적으로 억제하면 효모에서 포유류까지 모든 유기체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것도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
마찬가지로 ‘세포 내 에너지 조절 센서’인 AMP 키나아제(AMP-activated KinaseㆍAMPK)와 ‘장수 유전자’로 불리는 효소 단백질 시르투인을 활성화하면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유기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이 밖에 검은콩ㆍ블루베리ㆍ복분자ㆍ오디 등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면 건강하게 장수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건강에 유익한 ‘슈퍼 푸드’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안토시아닌은 AMPK-mTOR 신호 경로를 통해 노화를 일으키는 산화 스트레스를 억제하고 면역을 활성화시킨다.
나이 들면서 노화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상이지만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제대로 된 식이요법을 시행하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면 건강하게 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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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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