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말 동아시아 해상을 주름잡던 최초의 철갑선 거북선이 워싱턴 DC에 나타났다. ‘이순신 장군과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등장한 거북선은 7월 4일 미 독립기념일 퍼레이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매년 독립기념일을 맞아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퍼레이드에는 전국에서 수많은 단체들이 참가해 각자 개성 넘치는 장식과 행진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올해는 거북선을 앞세운 한인단체들의 행진이 단연 화제였다. 풍물 장단에 맞춰 거북선이 등장했으며 이어 한국전통무용 공연단과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이 뒤따랐다.
퍼레이드의 마지막 구간인 백악관 앞 16가에 진입하자 현장 아나운서는 “미 TV 프로그램(America's Got Talent)에서 하늘을 나는 발차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국기원 시범단이 왔다”고 소개했으며 이에 퍼레이드를 지켜보던 관람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국기원 시범단은 이에 응답하듯 공중회전, 발차기, 격파 등 화려한 공연을 선보이며 한국 태권도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워싱턴한인연합회 스티브 리 회장은 “한인단체들이 함께 정성을 모아 준비했다”며 “미국의 생일과도 같은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의미 있는 행사에서 바로 우리가 주인공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워싱턴한인연합회, 이순신미주교육본부, 워싱턴광복회, 국기원, JUB문화센터, 세인트제임스성공회학교 등이 함께 준비하면서 36년여 만에 다시 한인사회를 대표해 퍼레이드에 참가하게 됐다.
이순신미주교육본부는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거북선과 이순신 장군을 소개하는 전단지를 배포하며 홍보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거북선 제작에 참여한 조영길 대목수는 “백마디의 말보다 한번 보여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며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더 크고 웅장한 거북선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퍼레이드는 전국으로 생중계됐으며 한류로 대변되는 한국문화에 대한 미국 사회의 관심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기회도 됐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온 스미스 씨 가족은 “TV에서 봤던 국기원 시범단을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어눌한 한국어로 ‘국기원’을 힘차게 외치기도 했다. 텍사스에서 온 한 한인 부부는 “거북선이 나타나 깜짝 놀랐다”며 “내년에도 거북선을 볼 수 있다면 꼭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퍼레이드를 함께 준비했던 한인단체들도 좋은 추억을 간직한 채 내년을 기약하며 다음에도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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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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