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 편에서 유래한 것으로 ‘손이 트지 않게 하는 약’이라는 뜻이다 (龜: 터질 균).
옛날 송(宋)나라에 빨래할 때 손이 트지 않게 하는 약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그 약 만드는 비법을 많은 돈을 주고 사 갔다. 그는 오(吳)나라 왕에게 가서 약의 효능을 설명하였고 군사들을 위해 약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마침 겨울에 월(越)나라가 쳐들어오자 왕은 그를 장수로 임명하였고 모든 군사에게 손이 트지 않는 약을 바르게 했는데, 월나라 군사들은 동상에 걸려 손발이 터서 제대로 싸움도 해보지 못하고 약을 바른 오나라 군대에 패하고 말았다.
장자의 친구인 송나라 사람 혜자(惠子)가 장자에게 ‘위(魏)나라 왕이 내게 큰 박씨를 주어 심었더니 크기가 50말(약 240 갤런)이나 되는 엄청난 박이 열리더라고. 그러나 물그릇으로 쓰기엔 너무 무겁고, 쪼개어 바가지로 쓰자니 납작해서 아무것도 담을 수 없고, 크기만 했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부수어 버렸지’라고 말하자 장자는 ‘그런 커다란 박이라면 배를 만들어 강이나 호수에 띄워 볼 생각은 해보지 않고 쓸모가 없다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구만’이라고 말하며 위의 불균수지약 이야기를 해주었다.
즉, 장자는 ‘손이 트지 않게 하는 약은 용도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며 ‘어떤 사물의 가치는 하나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고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크게 바뀔 수 있다’고 이 예화를 들어 설명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무용대용(無用大用), 즉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도 생각하기에 따라 큰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말과 통하는 것으로 상자에 갇힌 좁은 사고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문제를 쉽게 해결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가르친다.
예전에 한국 산야에는 꼬불꼬불 자라는 소나무가 많았는데 건축용 재목으로는 쓸모가 없었다. 그러나 꼬부랑 소나무가 정원수로 더 운치 있다고 부자들이 선호하여 오히려 수요가 많아지고 비싸게 팔리게 되어 새로운 가치를 찾게 되었는데 이것도 무용대용의 예이다.
1980년 초 현대건설이 서산 앞바다 간척공사를 할 때 조석 간만의 차가 너무 커서 바닷물을 막아 매립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그때 정주영(鄭周永) 회장이 울산에 정박해 둔 대형 폐(廢)유조선을 가져다 방조제 쪽으로 밀어 넣으면 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결국 45개월로 예정된 공사를 9개월 만에 마침으로써 세계 간척공사 역사에 남을 기록을 남겼다. 고철로나 팔려 갈 폐 유조선이 초대형 간척 사업의 일등 공신으로 사용된 이 일은 무용대용의 극치라 하겠다.
이처럼 불균수지약의 고사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를 구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다양한 방법으로 폭넓은 경험을 쌓고 지식을 탐구하며, 사물의 본질을 사색하여 세상 원리를 이해하는 안목을 기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자녀를 미래의 인재로 키우고자 하는 학부모들이 자녀교육에서 유념할 점이라고도 생각된다. 또한 사람도 각자에게 주어진 재능이 적합한 곳에서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의 지도자들은 모든 국민이 무용대용의 인재가 될 수 있는 환경과 정책을 만들어 실천하면 좋을 것이다. gosasunga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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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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