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엡스타인으로부터 ‘공짜 조언’…촘스키 “타인은 신경 쓸 필요 없어”
미국을 대표하는 진보적 지식인으로 불리는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명예교수가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공짜 재정 조언'을 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촘스키 교수가 지난 2018년 엡스타인과 관련된 계좌로부터 약 27만 달러(약 3억6천만 원)를 이체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촘스키 교수는 27만 달러는 다른 계좌에 있던 개인 자산일 뿐이고, 엡스타인으로부터는 단 한 푼도 받은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계좌에 예치된 돈이 엡스타인의 계좌를 거쳐 이동한 이유에 대해선 첫째 부인이 사망한 후 공동 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촘스키 교수는 "15년 전 첫 부인이 사망한 뒤 재정 문제에 대해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다가 엡스타인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엡스타인은 특정 계좌에 예치된 자금을 촘스키 교수의 다른 계좌로 이체하라고 조언했고, 이체 과정에서 엡스타인과 관련된 계좌가 사용됐다는 것이다.
촘스키 교수는 엡스타인에게 재정적 조언을 구했지만, 이에 대한 수수료를 지불하는 등 법적인 계약 관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다만 촘스키 교수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재정적 조언을 구한 2018년은 엡스타인이 이미 성범죄자라는 사실이 미국 내에서 널리 알려진 상황이었다.
2006년 플로리다주에서 14세 소녀를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엡스타인은 검찰과의 협상을 통해 유죄를 인정하고 13개월간 복역했다.
당시 미국 언론이 엡스타인 사건을 자세히 보도하는 등 억만장자의 성범죄 사실이 적지 않은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시대의 양심'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촘스키 교수가 재정문제에 대한 조언을 구할 정도로 친분을 쌓은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촘스키 교수는 엡스타인의 뉴욕 맨해튼 저택을 방문해 저녁 식사도 함께한 것으로 확인됐다.
촘스키 교수는 1960년대부터 베트남 전쟁 등 미국의 외교정책을 꾸준히 비판하면서 '미국의 양심' 등 다양한 별명을 얻었다.
지난 2017년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하는 서명을 하는 등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 지역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왔다.
촘스키 교수는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WSJ의 질의에 대해 "일단 이 문제는 다른 사람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개인사"라면서도 "엡스타인을 알았고, 가끔 만났다"고 답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수십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직후인 2019년 뉴욕의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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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자살 당한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