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우리 통영 가요
첫눈 오는 날 아는 동생이 통영에 가잔다
생선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도다리쑥국을 먹잔다
그 사람은 일 년에 한 번 꼭 통영엘 간대요
나는 통영에 여러 번 가 봤고 중앙시장에서
도다리쑥국을 먹었고 함께한 그 맛을 이제는 잊을 만한데
언제 갈까?
동생은 이른 봄에 가자 하고
나는 겨울 가기 전에 가자 한다
언니, 그거 알아요?
가자미를 입에 넣고 국물을 뜨면 입안에 바다가 요동친대요
그것도 쑥 향으로
그 사람이 그랬어요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과
이미 끝장난 사람 둘이 앉아 통영에 가자 한다
도다리는 한쪽으로 눈이 쏠려 있다는 걸 알 듯
우리도 이제는 사람에 대해 알 때가 됐는데
‘도다리쑥국’ 조명희
나설 일은 아니지만, 함께 가시는 게 좋겠다. 첫눈 오는 날에도 가고, 이른 봄에도 함께 가시면 좋겠다. 막 시작하려는 설렘과 다 끝장낸 추억이 한 냄비 속 펄펄 끓는 바다를 떠먹으면 좋겠다. 시작이 끝에 도착하고, 끝장이 다시 시작할 때까지 해마다 통영에 가시면 좋겠다. 도다리 눈이 한쪽에 쏠려 있다는 건 얼마나 맹목인가. 삶이란 어쩌면 맹목이 구원해 주는 건지도 모른다. 반칠환 [시인]
<조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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