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나오는 계절이다. 껍데기를 부수고, 껍질을 뚫고, 양수를 터트리고, 어둠을 물리치며, 겨우내 살아남은 것들이 살려고 나오는 계절이다. 모든 동사의 바탕은 ‘살다’일 것이다. 생명이 펼치는 드라마는 모두 ‘살다’에서 비롯된다. 저마다 살려고 아등바등하는데 시가 살리려고 나왔단다. 시뿐이랴? 가슴이 뛰게 하는 것들은 그것이 예술이든, 놀이이든, 노동이든 살리려고 나온 것들이다. 사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덩실 춤추게 한다. 물고기를 채가는 수리처럼, 새싹이 지구를 움켜쥐고 떡잎 두 장으로 나는 계절이다. 겨울은 멈춤, 봄은 춤의 계절이다.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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