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리 반 웨일스 대주교,”장기간 성적지향 숨겨”

체리 반 웨일스 대주교 <교회훔페이지 캡쳐>
웨일스 성공회(웨일스 교회)에서 영국 최초의 여성•공개 동성애자 대주교가 탄생했다. 새 대주교는 "하느님께서 성직자로 불러주셨다는 확고한 믿음이 없었다면 교회 내 계급 투쟁을 거치면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체리 반(66) 몬모스 주교가 교구 선거인단 전체 투표수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웨일스교회 대주교로 선출됐다. 영국 레스터셔 출신인 반 대주교는 1994년 영국 잉글랜드 성공회에서 최초의 여성 사제 중 1명으로 서품받으면서 본격적인 여성 성직자의 길을 걸었다. 장기간 잉글랜드 성공회에서 사목하던 반 대주교는 2020년 웨일스 교회의 몬머스 주교로 선임된 직후 오랜 기간 숨겨왔던 동성 동반자 웬디 다이아몬드의 존재를 공개하면서 교단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잉글랜드 성공회는 동성애 자체는 허용하지만, 동성애자 성직자의 경우 독신을 지켜야 한다. 반면 웨일스 성공회는 성직자의 동성애와 동성 동반자 관계를 모두 허용한다. 웨일스에서 커밍아웃이 가능했던 배경이다. 반 대주교는 동반자와 약 30년간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가디언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반 대주교는 "수 년 동안 우리는 관계를 비밀로 유지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신문 1면에서 성 정체성이 폭로될까봐 걱정했다"며 "잉글랜드 시절에는 내가 모임이 있을 때 웬디는 위층에 숨어있어야 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이제는 웬디가 어디나 함께 한다. 미사를 진행할 때도 그냥 평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반 대주교가 최초의 여성•공개 동성애자 대주교가 된 데 대해 여성의 사회 진출 한계를 의미하는 '유리천장'이라는 표현에 종교적 성격을 가미해 '스테인드글라스 천장을 부쉈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반 대주교는 "내가 개척자가 돼야 했던 시대에 살았기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운동가는 아니다"라며 몸을 낮췄다. 다만 "성적 지향이야 어느 정도까지는 숨길 수 있지만, 성별은 숨길 수가 없다"며 "험한 모습을 많이 봤다. 남성들이 화를 냈다.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며 여성 성직자로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스스로도 동성 동반자와 살고 있는 반 대주교는 동성 결혼과 관련해 "교회에서 동성결혼은 불가피하다.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소신을 드러냈다. 그는 다만 "강경하게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신학에 근거한 그들의 입장도 지도자로서 존중해야 한다. 상당수 성직자를 소외시킬 결정을 밀어붙일 입장은 아니다"라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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