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해고하지 않지만 많이 채용하지도 않는 최근의 미국 노동시장이 미국 경제에 잠재적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이런 노동시장의 취약성을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고용주들이 근로자를 잘 해고하지 않지만, 새 직원 채용에도 별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노동시장의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의 신규 채용률(전체 고용에서 신규 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의 3.9%보다 낮은 수치다. 고용 시장이 급속히 회복세를 보이던 2021년 11월의 4.6%보다는 훨씬 낮다.
신규 채용 부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한 임원은 7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월간 제조업 분야 설문조사에서 "관세 정책 변화는 기업들이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고 있다. 앞날을 예측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직원 해고도 많지 않다. 6월 전체 고용에서 해고 비율은 1%로, 2021년 고용 시장이 호황이었을 때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 0.9%에 근접하고 있다.
직원 해고의 또 다른 지표인 신규 실업 수당 청구 건수도 지난 1년간 증가하긴 했지만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해고가 조금만 늘어도 전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노동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7월 고용 보고서에서 최근 몇 달간 일자리 증가가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자 연준에서도 우려하기 시작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2일 '잭슨홀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달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이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노동 공급과 수요 모두가 뚜렷하게 둔화한 데서 비롯된 특이한 균형"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의 이런 균형이 "이례적인 상황"으로 이어져 예상보다 노동시장이 악화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그런 위험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급격히 늘어나는 해고와 실업률 상승의 형태로 매우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의 신규 채용 둔화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때 이미 나타났다. 연준이 경기 냉각을 위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린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으며, 팬데믹 이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때 일부 고용주가 채용을 너무 많이 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제학자들은 불확실한 시기에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으려는 최근의 노동시장을 '노동 저장'(labor hoarding) 상태로 진단한다.
경제학자 아서 오쿤은 지난 1963년에 이와 관련한 설명을 한 바 있다. 경제가 회복될 때 훈련되지 않은 인력을 고용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불완전 고용 상태로라도 인력을 미리 확보해 놓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저채용, 저해고 시장은 일부 미국인의 취업을 어렵게 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젊은 세대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직 빈도가 높은 저소득층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도 눈에 띄게 둔화했다. 많은 사람이 구직 활동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최소 반년간 실업을 겪고 있다.
파월 의장의 고문을 역임한 존스홉킨스대 금융경제센터의 존 파우스트 연구원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하면 작은 변화만으로도 상황이 급속히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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