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하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연합>
"사람들은 '좋다' 혹은 '싫다'라는 자기감정을 '옳다' 또는 '그르다'로 착각합니다. 이것은 굉장히 위험하지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격한 대립과 갈등이 이어지는 것에 관해 사회 구성원들이 중도(中道)의 가르침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음 달 취임 3주년을 맞이하는 것을 계기로 2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진우스님은 "중도를 지니라는 것은 중간 입장을 취하라는 얘기가 아니고 양극단을 버려야 된다는 것"이라며 감정의 덫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우스님은 정치인들이나 사회 지도자들이 명분을 놓고 대립하지만 잘 살펴보면 감정이 뒤섞여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감정에 치우쳐서 명분을 만들면 안 되고, 명분에 감정을 넣어도 안 됩니다. 세계사나 전쟁사를 보면 감정에 치우쳐서 전쟁도 일어났거든요."
지난해 12월 이후 한국 사회를 휩쓴 혼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들이 "감정이 너무 치우쳐서" 생긴 측면이 있다고 진우스님은 진단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은 전임자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자기감정을 배제한 정책을 펼쳐야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감정을 다스리는 것은 정치인에게 특히 중요하지만, 일반인에게도 필요하다는 지론도 들려줬다.
"남녀노소 누구나 자기 마음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욕심을 부리면 과보(果報)를 받지요. 소욕지족(少欲知足•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정신)이라는 말도 있듯이 절제해야 합니다."
진우스님은 욕심과 감정을 절제하면 마음이 점점 평안해질 것이라며 "당장 평안해지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된다. 봄에 씨앗을 뿌리면 가을에 결실을 거두듯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광복절 특사로 사면하기에 앞서 진우스님이 그의 사면을 공개적으로 탄원한 것이 주목받았다. 스님은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는 내가 '이렇다 저렇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불교는 자비의 종교"라고 했다.
그는 일련의 사건으로 조 전 대표뿐만 아니라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도 형을 받아 복역했고 딸 조민 씨가 우여곡절을 겪은 점을 거론하며 "가족적인 측면에서 연민의 정을 좀 느꼈다"며 "사면을 해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산업 현장에서 이어진 노동자 사망 사고나 이주노동자 차별 및 인권 침해 등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약자들을 보호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우리 사회는 아직 그런 측면에서는 미약한 면이 있습니다."
진우스님은 "생명 존중이나 인간에 대한 연민이 선행해야 하며 사업적인 이득은 그 뒤를 따라가야 한다"며 "관련 법령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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