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27% 늘어 총수출액 견인
▶ 올 1~8월 누적 수출 5.7조원 증가
▶ 반도체 빼면 되레 14조 줄어들어
▶ 특정 업계 시황이 전체좌우 우려
▶ 가격상승에 ‘실적버블’도 문제로
▶ 유망 업종 지원ㆍ시장 다변화 시급
8월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이 전년 대비 12% 급감해 대미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기간 반도체 수출이 27.1% 증가하면서 관세 쇼크를 막기는 했지만 우리 경제를 이끄는 수출 분야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쏠림 현상이 커지고 있어 업황 사이클에 따라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5년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84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 늘었다. 특히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이 월간 기준 최고치인 151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 실적을 끌어올렸다. 자동차(8.6%)와 선박(11.8%)도 전년 대비 수출 실적이 증가했다.
다만 반도체 효과를 걷어내고 보면 수출 성적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올 1~8월 반도체를 제외한 누적 수출액은 3509억 달러로 전년 (3611억 달러) 대비 3%(102억 달러) 가까이 감소했다. 올해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는 선박 수출까지 제외하면 실적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8월 실적만 떼어놓고 봐도 석유화학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18.7% 감소한 33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일반 기계 수출액은 이 기간 10.4% 줄어든 34억 5300만 달러에 그쳤고 대미 관세 직격탄을 맞은 철강 제품과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각각 15.4%, 8.9% 뒷걸음질 쳤다. 또 다른 핵심 수출 품목인 가전(-11.8%)과 2차전지(-31.3%)도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품목별 수출 양극화는 지역 별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집중 수출되는 대만이 대표적이다. 대(對)대만 수출액은 지난해 8월 31억 5000만 달러에서 올 8월 43억 8000만 달러로 39.3% 늘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생산된 HBM은 대만에서 패키징 공정을 거쳐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인공지능(AI)칩으로 완성된 뒤 미국 등지로 수출된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으로 향하는 수출액이 2024년 8월 97억 4000만 달러에서 지난달 108억 9000만 달러로 11.9% 늘어난 것도 베트남·싱가포르 등으로 향하는 반도체 수출이 부쩍 늘어난 덕이다. 지난달 아세안과 대만 두 지역에서 늘어난 수출액만 약 23억 8000만 달러로 대미·대중 수출 감소분(15억 2000만 달러)을 능가했다. 결론적으로 AI 반도체 업사이클이 미국의 관세 영향을 상쇄한 셈이다. 지난달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2% 감소한 87억 4000만 달러로 2023년 1월(85억 900만 달러)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전체 수출에서 특정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반도체라도 수출액이 늘어 전체 수출 실적이 증가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품목 편중이 심해지면 특정 업계의 변수에 전체 수출 실적이 좌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수출 실적이 개별 품목 가격 상승 덕에 부풀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산업부에 따르면 주요 수출 품목인 D램의 가격은 DDR5 16GB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6.7% 상승했다. HBM 가격 역시 초과 수요가 지속되면서 가격이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지나 가격 하락 사이클이 오면 수출 물량은 유지하더라도 수출액이 크게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D램 등의 수요가 감소할 경우 수출 물량과 가격이 동시에 떨어지는 이중 충격이 올 수도 있다. 미국 정부가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반도체 품목 관세도 리스크 요인이다.
정부는 이 같은 쏠림 현상에 대응해 수출기업 지원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우리 수출기업들의 현장 목소리를 토대로 신뢰할 수 있고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겠다”며 “이달 초 내에 수출 지원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현재 △단기 경영 지원 및 내수 창출 △수출 시장 다변화 지원 △주력·유망 업종 근원적 경쟁력 강화를 세 축으로 한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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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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