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칼럼
▶ CDC 조사, 자폐 진단 늘어 아동 36명 중 1명꼴
▶ “임신 초기 복용시 아이 발달장애와 연관” 주장
▶ 전문가들 “타이레놀이 원인으로 입증된 건 아냐”

약국 체인점 진열장에 타이레놀이 진열돼 있다. [로이터]
일부에서는 타이레놀과 자폐증이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알아야 할 사실은 다음과 같다. 보수 성향 언론과 인플루언서들은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집중 조명하며, 최근 며칠간 온라인에서 격렬한 논쟁과 규제 필요성 요구를 불러일으켰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연방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폐증 문제를 자신의 ‘미국 건강 회복(Make American Healthy Again)’ 계획의 핵심 의제로 삼았고, 이달 발표 예정인 보고서에서 자폐증 원인 규명 노력을 다루며 타이레놀 연관성을 강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반백신 운동가인 케네디가 또다시 자폐증을 백신과 연결 지을 것을 우려해왔다. 이는 그가 반복적으로 주장해온 허위 주장이다.
타이레놀을 제조하는 켄뷰(Kenvue)의 주가는 지난 금요일 오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직후 10% 하락했다. 보건복지부가 임신 중 진통제 사용이 아이의 발달 장애와 연관될 수 있음을 언급할 계획이라는 내용 때문이었다.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미국 내 전례 없는 자폐증 증가율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연구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짧은 입장만 내놨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아동 36명 중 1명이 자폐증 진단을 받았는데, 이는 2000년의 150명 중 1명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같이 급격한 증가의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인식 확대와 진단 증가가 분명히 작용했지만, 많은 연구자는 100개 이상의 관련 유전자 외에도 환경적 요인이나 생활습관 같은 추가적 요소가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반면, 전 세계 수십 건의 연구에서 백신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켄뷰는 주요 의학 단체들이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의 성분)을 임신 중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합의해왔다고 밝혔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과학을 검토해왔고,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자폐증 사이에는 인과적 연관성이 없다고 믿는다”고 회사 측은 말했다.
그러나 케네디의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은 흔한 진통제에 대한 추가 조사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 이번 주 논란이 많은 과학자이자 케네디의 측근인 로버트 말론은 보수 성향 방송 OANN에서 전 공화당 하원의원 맷 게이츠와의 대담에서 “아주 어린 시기의 타이레놀 사용과 다중 백신 접종 같은 염증 유발 요인 사이의 상호작용이 자폐증과 연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말론은 여름에 케네디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아동 백신 일정 검토를 약속한 핵심 백신 위원회에 임명되기도 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에 “케네디와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은 없다. 이는 내 개인적 추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세트아미노펜에 대한 최근 관심은 8월14일 ‘BMC 환경보건’에 발표된 국립보건원(NIH) 지원 연구로 촉발됐다. 이 연구는 마운트사이내이 의대의 디디에르 프라다 연구자와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 연구진이 주도해 이전에 발표된 46편의 역학 연구를 검토했다. 이 중 27편은 임신부의 약물 사용과 자녀의 자폐증 또는 ADHD 위험 증가 사이에 연관을 보고했고, 9편은 연관이 없다고 했으며, 4편은 보호 효과를 시사했다. 특히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일수록 연관성을 보고할 가능성이 높았다.
프라다는 이번 결과가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더 높은 위험과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지만, 원인이라고 입증한 것은 아니다. 이는 전혀 다른 문제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또 약물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발열·감염 등으로 인한 염증 같은 기저 질환 때문에 사용했기 때문인지 규명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매사추세츠대 로웰 캠퍼스의 데이빗 크리벨 명예교수는 증거가 “결정적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경각심을 가질 만큼 충분히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임신부가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을 최소화하고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 가능성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가 점점 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의 역학 부교수 제얀 리우 역시 동물 실험과 실험실 연구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이 태아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근거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고용량이 체내 호르몬 체계를 방해하거나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해 세포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생물학적 효과들은 뇌 발달 과정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것들이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리우는 또 프라다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 교훈 중 하나는 약물, 식습관, 화학물질, 기타 비유전적 요인이 아동의 신경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타이레놀이 주목받은 건 사용량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연구해야 할 수천 가지 환경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아세트아미노펜 사용 지침에 대해 “모든 약물과 마찬가지로 의사와 상의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021년, 전 세계 과학자·임상의·공중보건 전문가 91명은 ‘네이처 리뷰스 내분비학’에 발표한 성명에서 더 엄격한 지침을 촉구했다. 그들은 임신 초기에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을 피하고, 불확실하다면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며, 장기간 사용할 경우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거칠 것, 그리고 “가장 낮은 유효 용량을 가장 짧게”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최근 몇 주간 주요 반백신 단체, 극우 세력, MAHA 인플루언서들이 타이레놀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분석에 따르면 8월 MAHA 인플루언서들의 게시물에서 ‘타이레놀’ 언급은 4월 대비 15배 늘었다. 극우 정치활동가 로라 루머는 이번 주 엑스(X·구 트위터)에 폭스뉴스 방송 클립을 공유하며 “임신부의 타이레놀 사용이 @RobertKennedyJr가 9월에 발표할 대책 중 하나라면, 이는 미국과 전 세계의 자폐증 유행을 한 알의 약으로 막을 수 있는 간단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인기 팟캐스트 Culture Apothecary 진행자 알렉스 클라크는 “아기에게 절대 타이레놀을 주지 말라”고 X에 올리고, 8월 방송에서 약물의 잠재적 위험성을 논의했다.
한편 ‘맘스 어크로스 아메리카’라는 단체는 페이스북에 “아세트아미노펜 노출이 자폐증 위험을 3.5배 높인다”며 “열을 치유 도구로 받아들이자”고 주장했다. 동시에 타이레놀 대신 복용하라며 할인 코드가 포함된 허브 보조제를 광고하기도 했다.
케네디가 설립한 반백신 단체 ‘아동 건강 방어(Children’s Health Defense)’는 수년간 자폐증과 백신의 연관성을 주장해왔으며, 최근에는 타이레놀이 임신부와 신생아에게 모두 위험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단체는 이번 주 X에 “그들은 타이레놀이 무해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하버드 연구가 임신 중 사용 시 자폐증 위험이 80% 급등한다고 보여준다”고 잘못된 해석을 올렸다.
2022년, 케네디 본인도 영유아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이를 “자폐증 유행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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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ana Eunjung Cha, Caitlin Gilbert, Lauren We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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