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중국회사가 노스다코타 주에서 300 에이커의 농지를 사들였다. 이 농지는 노스다코타의 그랜드 포크스 공군기지로부터 12마일 정도 떨어져 있다.

이 같은 지리적 근접성과 관련, 논란이 일었다. 군사기밀을 중국이 염탐, 미국의 국가안보에 상당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텍사스에서도 흡사한 일이 벌어졌다. 전직 중국군 장교가 래플린 공국기지 인근의 14만 에이커에 이르는 농지를 구입했다. 군사기밀 염탐 문제가 제기되면서 결국 텍사스주의회가 개입하기에 이르렀다.

어쩌다가 우연히 비슷한 사건이 잇달아 벌어진 것인가. 아니, 이 두 사건은 각각 별개의 사건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미국 내에 거점을 확보해 미국의 공개된 시스템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일관된 공작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는 거다,

중국에는 엄밀한 의미의 사기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베이징은 모든 중국의 비즈니스는 물론, 민간인도 스파이활동 등을 통해 국가안보목표를 돕는 것을 법으로 강제화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본토에서 운영되고 있는 기업 등 모든 중국계 조직은 전략적 목적을 위해 중국공산당이 무기화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어지는 설명이다.

중국이 유령회사들을 앞세워 수백만 에이커의 미국의 농지를 사들이는 것은 그러면 단순히 군사적 염탐만이 목적일까.

최근 미시건 대학과 관계된 2명의 중국국적 연구원들이 체포됐다. 곡물병원균을 몰래 미국에 들여오려다가 적발된 것이다. 거의 같은 타이밍에 중국 우한에서 온 한 박사과정 학생은 회충 등 선형동물 생물질을 반입하려다가 디트로이트 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이들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미국의 학계와 업계에 침투해 사보타주 등을 통해 미국의 식량안보를 안에서부터 와해시키려는 게 그 목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농지는 전략적 자산이다. 미국의 적대 세력이 전략적 자산인 농지를 제멋대로 통제할 경우 관련 주의 경제는 물론이고 미국의 장기적 식량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 바로 이점을 노려 중국공산당은 대대적으로 미국농지구입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거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런 규칙도 없다.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상대국을 정치적으로 굴복시킨다는 전쟁의 본질과 목적만을 유지할 뿐 전통적인 전쟁의 수단, 방법, 대상, 범위, 시기, 규범 등에서 모든 한계를 철폐한다.’

1999년 중국 인민해방군 현역 장교 2명이 공저를 통해 제시한 새로운 전략전술의 기본개념이다. 이른 바 ‘초한전’(超限戰^Unrestricted Warfare)이 그것으로 2000년대 들어 중국 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은 세계패권 장악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전략전술의 기본서로 채택했다.

‘초한전’의 전략전술은 기존의 전쟁 방식으로는 미국을 넘어설 수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면서 마약에, 조직폭력단체까지 이용하는 비양심적에, 반도덕적인 수단과 방법까지 모두 동원해 다양한 영역에 걸쳐 전방위적 파상 공격을 퍼붓는 비(非)전통전 전략전술을 그 승리 방략으로 제시한다.

말하자면 정면 승부로는 승산이 없으니 부도덕적이고 비열한 편법도 마다 않는 전쟁론이 ‘초한전’이다.

중국의 미국 농지매입은 그러니까 다름이 아니다. 미국타도를 목표로 중국공산당이 펼치고 있는 ‘초한전’, 그 하이브리드 전쟁이 목하 치열하게 진행 중임을 알리는 한 증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