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연 공인재무설계사 아메리츠 파이낸셜 부사장
기대수명 연장으로 인해 갈수록 길어진 은퇴 기간만큼, ‘은퇴자금이 얼마나 필요할까’라는 질문은 더 이상 막연한 미래를 향한 질문이 아니다. 최소 20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 이어질 수 있는 은퇴 생활을 고려한다면, 은퇴자산을 어떻게 모으고 지킬 것인가 쉽게 정답이 나오지 않는 풀기 싫은 숙제 같은 질문이다.
또한 간과하면 안되는 사실이 있다. 단순히 은퇴를 했다고 해서 세금의 족쇄에서 풀려나는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퇴직금, 연금, 투자 수익 등 다양한 소득이 발생하면서 예상치 못한 세금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특히 401(k), IRA와 같은 세금유예 계좌에서 인출이 시작되면, 그 금액이 다른 소득과 합산되어 오히려 은퇴전과 비교해서 세율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은퇴하면 소득이 줄어 세금도 줄겠지”라는 단순한 기대가 실제로는 위험한 함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세금 대비를 위해서는, 인출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금유예 계좌, 과세 계좌, 비과세 계좌를 어떻게 섞어 사용할지에 따라 세금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은퇴 이후 과세 소득을 줄이는 방법으로 비과세 Roth 계좌를 통한 Roth IRA나 Roth 401(k)를 사용할 수 있다. 또는 기존 IRA 계좌를 Roth로 전환(Roth conversion) 하는 방법 등이 대표적인 비과세 인출전략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Municipal Bond(지방채)를 통한 이자 소득이 있다. 만일 은퇴 자금으로 백만 달러를 투자할 기회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안정성을 생각하며 은행 예금을 떠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연 4%의 이자를 주는 예금에 백만 달러를 맡기면, 이자 소득으로 연간 4만 달러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소득에 평균 세율 30%를 적용하면, 1만2천 달러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고, 남는 금액은 2만8천 달러에 불과하다. 실질 수익률은 2.8%로 떨어지고, 물가 상승까지 고려하면 실제 가치는 더 낮아진다.
반면 Municipal Bond(Muni)를 선택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부분의 Muni Bond 이자는 연방세가 면제되고, 발행 주에 거주하면 주세까지 면제될 수 있다. 만일 이 지방채를 통해 연 4% 이자를 받더라도 비과세이기 때문에 세후 수익률은 여전히 4%라서 은행 예금과 비교하면 세금 효율 면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 물론 Muni도 만기 전 매도 시 가격 변동성이 존재하지만, 장기적 안정성과 세금 혜택은 무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간과하기 쉬운 비과세 수단이 바로 생명보험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저축성 생명보험(Cash Value Life Insurance)은 대출(Policy Loan) 방식으로 인출할 경우, 50.5세 조기인출 페널티와 상관 없이 비과세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는 Roth나 Muni Bond와 더불어 은퇴자산의 비과세 소득을 늘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100세 시대 은퇴 설계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내야 한다. 첫째, 길어진 은퇴 생활에 맞는 충분한 자금 마련. 둘째, 은퇴 이후에도 이어지는 세금에 대한 전략적 대비. 셋째,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산 가치를 지켜내는 투자 관리. 그리고 그 해법은 지금 당장 꾸준한 저축과 투자, 세금 구조를 고려한 장기적 안목의 분산 투자에서 시작된다.
현실은 명확하다. 앞으로의 은퇴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 사는 동안 얼마나 안정적이고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은퇴를 준비하며 단순히 “얼마를 벌까”에 집중하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얼마를 남기고, 세금을 최소화하며, 인플레이션과 예상치 못한 지출을 버텨낼 수 있는가”이다. 은퇴자산이 길게는 30년 이상 지속되는 시대,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 소득원 확보는 단순한 절세를 넘어 삶의 안정과 여유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은퇴를 앞두고 있다면, 혹은 은퇴가 멀게 느껴지더라도 오늘 이 순간부터 진지한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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