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내 틱톡 장악…당국협조 속 CBS 인수 후 CNN 눈독
▶ “트럼프 밀착 탓 우려…언론에 입김 넣으면 민주주의 위험”
미국에서 루퍼트 머독(94)을 능가하는 미디어 재벌이 등장할 조짐에 시선이 쏠린다.
억만장자 래리 엘리슨(81) 오라클 회장과 그의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42)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최고경영자의 얘기다.
28일 BBC에 따르면 이들 엘리슨 부자는 올해 들어 일사천리로 진행된 사업 확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래리는 세계적 소셜미디어 틱톡의 미국 내 운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향력을 확보했다.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솔루션 기업인 오라클의 지분을 40% 정도 갖고 회장,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이달 미·중 합의에 따라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이 중국 바이트댄스에서 미국 합작법인으로 넘어갈 때 알고리즘 재편을 맡는다.
오라클이 틱톡 운영의 핵심을 차지하게 된 데에는 래리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가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래리를 '놀라운 인간이자 놀라운 사업가'로 평가했다.
그는 "기술 분야를 뛰어넘는다"며 "모든 것을 다 다룰 수 있는 최고경영자"라고 혀를 내둘렀다.
오라클은 트럼프 집권 1기에도 미국 내 틱톡 사용자의 자료를 서버나 클라우드에 저장해 제공할 후보였다.
래리가 1977년 공동 창업한 오라클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인공지능을 위한 기반시설 구축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오라클 지분을 비롯한 래리의 자산은 최근 12개월 동안 배로 늘어 3천700억 달러(약 520조원)에 달한다.
래리는 이달 한때 블룸버그 억만장자 자산순위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도 미디어 시장에서 거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데이비드는 할리우드의 콘텐츠 제작사 스카이댄스를 2010년 창업해 이끌다가 올해 갑자기 도약했다.
스카이댄스는 영화 제작·배급, TV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 등 사업을 하는 대표적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 파라마운트를 인수했다.
데이비드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최고경영자로서 직원이 1만8천여명에 달하는 거대한 조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히 여기에는 파라마운트가 지배하던 미국의 유력 방송 CBS가 포함돼 있다.
데이비드는 파라마운트를 넘어 유력 보도채널인 CNN의 모기업인 워너 브러더스 디스커버리를 인수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급격한 사업 확장은 부친 래리의 지원과 트럼프 대통령의 후광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스카이댄스가 파라마운트와 합병할 때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이 필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로 간주되는 브렌던 카 위원장이 현재 FCC를 이끌고 있다.
추가 인수합병에 반독점·경쟁 당국의 심사가 필요한데 여기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BBC는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을 두고 "머독을 제치고 새로운 왕가가 미국 미디어를 재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진보 진영에서는 엘리슨 가문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착 속에 강행하는 초고속 사업확장에 놀라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엘리슨 부자를 통해 정부에 대한 언론 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우려의 골자다.
미디어 감시단체인 페어(FAIR·Fairness & Accuracy In Reporting)는 "엘리슨 듀오가 틱톡 같은 유력 소셜미디어를 통제할 뿐만 아니라 CBS와 CNN을 장악하면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페어는 엘리슨 부자와 트럼프 정권의 밀착을 고려할 때 사업 확장의 주된 목적이 민주주의 위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권력의 과도한 집중을 우려하며 워너브러더스와 파라마운트의 합병을 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원의 민주당 의원들은 스카이댄스가 파라마운트와 합병할 때 FCC 승인을 얻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게 있는지 뇌물수수 방지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지난달 시작한 바 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