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1세기를 한민족의 위대한 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우리나라를 해양 강국으로 만들어야 합니다.”1996년 8월 23일 김영삼(YS)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개청식 연설에서 “21세기 신해양 시대를 열자”며 이같이 강조했다. 건설교통부 외청이던 해운항만청과 농림수산부 산하의 수산청 등으로 흩어져 있던 해양·수산 업무가 해수부 한 곳으로 합쳐지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해수부처럼 정권의 입맛에 따라 신설·폐지·부활·이전을 모두 겪은 부처는 드물다. 김영삼 정부에서 ‘해양 강국’의 기치를 내걸고 힘차게 닻을 올렸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존폐론에 시달리며 영욕의 시간을 보냈다. 김대중 정부 출범 당시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로 부처 통폐합 대상에 올랐으나 YS의 강력한 재고 요청으로 백지화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 부처 축소 정책에 따라 결국 폐지되며 해양 분야는 국토해양부, 수산 분야는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 5년 만에 부활했지만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책임론이 불거지며 다시 해체 위기에 몰렸다.
■해수부가 23일 부산 시대를 개막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중앙 부처가 수도권이나 세종을 벗어나 지역으로 단독 이전한 첫 사례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부산청사에서 열린 개청식 축사에서 “해수부 이전은 강력한 국가 균형 발전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을 시작으로 해양 공공기관과 해운 기업 이전 등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부산 현지에서는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해수부의 부산 시대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글로벌 해양 패권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북극 항로 개척과 국토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로 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논란을 불식시키는 것은 결국 해수부의 몫이다. 해수부가 굴곡진 역사를 뒤로하고 해양 강국의 활로를 여는 나침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정곤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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