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선배 목사님들 중 한 분이 10여 년 전에 다른 분들보다 조금 일찍 목회에서 은퇴하셨다. 아직도 건강하시고 능력도 충분하셔서 더 목회를 하실 수 있었기에 주변의 동료 목사님들은 그분께 목회를 계속하시라고 권유했다. 그런데 그때 목사님께서 예상하지 못한 답변을 하셨다. “사실 제 아내가 지금 많이 아픕니다. 몇 년 전에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렸고, 지금은 상태가 심해져서 남편인 저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아내는 24시간 간호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물론 계속 목회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평생 저를 위해 헌신한 아내를 위해 이제 제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남은 인생을 아내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을 들은 나를 포함한 동료 목사님들은 신선한 충격과 더불어 목사님의 선택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얼마 전 사모님께서 소천하셨다. 그동안 목사님은 24시간 내내 아내 곁에서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오셨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모습이 큰 귀감이 되었으며 깊은 감동을 주었다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10년 전 선배 목사님께서 목회를 더 하는 ‘좋은 것’ 대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픈 아내를 위해 헌신하는 ‘최상의 것”을 선택하신 것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둘 다 소중하지만, 더 소중한 것을 선택하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때로 우리에게 선택은 선과 악의 문제라기보다 ‘좋은 것’과 ‘최상의 것’ 사이의 선택일 때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택이 더 어려운지도 모른다. 선과 악에 대한 선택은 너무나 분명하기에 선을 선택하는 것이 비교적 쉽지만, ‘좋은 것’과 ‘최상의 것’ 사이의 선택에서는 좋은 것이 때로는 최상의 것을 선택하는 데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인 것이다. 사실 최근에 나 역시 그러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적이 있다. 교인 한 사람과 함께 선교 비전 트립을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갑자기 다음 날 상당히 큰 교회에서 수양회 강사로 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순간 교인과의 약속을 취소하거나 날짜를 바꾸고 수양회 강사로 가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수양회 강사로 가는 일은 ‘좋은 것’이지만, 교인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최상의 것’이라는 사실이 깨달아지면서 수양회 강사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면서 종종 ‘좋은 것’과 ‘최상의 것’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럴 때 혹시나 헷갈린다면 이렇게 자신에게 질문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순간 예수님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실까?” 예수님은 ‘좋은 것’과 ‘최상의 것’ 사이에서 언제나 ‘최상의 것’을 선택하는 본을 보여주신 분이다. 예를 들면 예수님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축제 같은 곳에 참석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물론 예수님도 그렇게 하실 수 있었다. 제자들과 함께 참석해 축제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충분히 ‘좋은 것’이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러한 선택보다 아프거나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가 위로하시는 길을 택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좋은 것”을 내려놓고 ‘최상의 것’을 선택하신 것이다. 궁극적으로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지 않으시고 형제들과 부모를 봉양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좋은 것’을 선택하실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인류의 구원을 위해 ‘좋은 것’을 내려 놓고 십자가의 죽음이라는 ‘최상의 것’을 선택하셨다. 예수님은 언제나 ‘최상의 것’을 선택하는 분임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혹시라도 ‘좋은 것’과 ‘최상의 것’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면, “이 순간 예수님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실까?”라고 자신에게 질문해 보길 바란다. 그러면 ‘좋은 것’과 ‘최상의 것’의 가치 차이가 더욱 분명해지고, ‘좋은 것’을 내려놓고 ‘최상의 것’을 담대하게 선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부디 삶 속에서 마주하는 많은 선택 가운데 “최상의 것”을 선택함으로써 아름답고 풍성한 삶의 열매를 누리며 살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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