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 감수하면서 물량 맞췄지만”
▶ 대기업 중심 보상에 박탈감 호소
▶ 반도체 공급망 인재 이탈 우려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직원들의 수억 원대 성과급 지급이 가시화되면서 반도체 협력 업체 업계에 허탈감과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초호황을 함께 이끌었음에도 성과 보상은 원청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또래 삼성전자 직원들과의 보상 격차를 체감하는 20~30대 저연차 직원들의 동요가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026년 임금 협약을 가결하면서 최대 6억 원(세전)의 성과급 지급이 예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협력 업체 직원들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장비를 납품하는 협력 업체 직원 이 모(29) 씨는 “같은 반도체 생태계에서 일하는 또래가 수억 원대 성과급을 받는다면 상실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몇 년간 모을 만큼의 돈을 성과급으로 한 번에 받는 것을 보면 허무하다”는 등 유사한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박탈감은 반도체 산업 특유의 공급망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칩메이커를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각종 협력 업체가 복잡하게 연결된 구조에서 생산성과 수익이 원청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원가 절감 기조 역시 협력 업체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협력 업체 직원 고 모 씨는 “물량 유지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요구 조건을 맞춘 경우가 적지 않다”며 “현장에서는 우리 노력도 삼성 실적에 기여했다는 인식이 적지 않은데 성과 보상에서는 배제된다는 생각이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 물량 자체가 업계 최고 수준의 일감이라는 현실론도 있다. 설비 협력 업체 직원 김 모(30) 씨는 “삼성 외 물량은 단가가 삼성의 70% 수준인 경우도 많다 보니 업계에서는 단가를 낮춰서라도 삼성 물량을 따내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며 “결국 협력사 입장에서는 삼성과의 협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보상 격차가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인재 이동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협력 업체는 노조 조직률과 교섭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저연차 실무 인력을 중심으로 ‘조용한 이탈’이나 해외 공급망으로의 이직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도체 산업의 성과는 원청과 협력 업체가 함께 만든 결과로 협력사 근로자의 노동 가치 역시 인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성과 공유는 시장 원리에 반하지 않는 자율적 방식으로 이뤄져야 지속 가능한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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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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