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의류업체들이 외상문제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의류업체들이 몰려 있는 다운타운 샌피드로 홀세일 마트.
경기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LA 다운타운 의류업계가 거래업체들 간에 외상으로 제품을 구입한 후 대금을 제때 지불치 않아 영업상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외상을 해결하지 않고 파산보호 신청 및 폐업을 하면서 관련업체들의 연쇄 피해가 발생하는가 하면 아예 외상 액수를 높이고 잠적하는 사기성 외상거래도 크게 늘고 있다. 업계는 한인의류협회(회장 크리스토퍼 김) 등과 함께 신고 시스템 및 보험 프로그램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있다.
대금지불 않고 파산신청·폐업 줄이어
외국인 바이어 카드 이용한 신종 사기도
의류협 신고제 등 대책마련 불구 역부족
■신용 쌓은 후 잠적
올 초 텍사스 지역에서 의류소매점을 운영했던 바이어는 LA 다운타운 일원 10여개 의류 도매업체들로부터 최소 50만달러 상당의 의류를 외상으로 구입한 뒤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잠적했다.
피해를 당한 한인 업주는 “지난 수년 간 거래를 해 온 업체였기 때문에 의심 없이 외상을 주었는데 사기를 당했다”며 “이 같은 일은 잊을 만하면 또 다시 일어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거래 업체들은 처음에 현찰을 내고 물건을 사며 신용이 쌓이면 점차 외상으로 구입, 대금지불 기한을 30~90일까지 늘린 후 어느 날 사고(?)를 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1970년대부터 봉제업을 해 온 오스 팩토리의 스티브 김 대표는 “일부 거래업체들은 외상으로 산 의류구입 대금을 지불치 않고 폐업한 후 친지 등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매장을 오픈해 버젓이 영업을 다시 시작한다”며 “이와 같은 악순환은 자바시장이 커지기 시작한 30여년 전부터 계속되어 왔다”고 분노했다.
이와 같이 최근 중견 규모 이상 의류업체 5~6곳이 미수금 문제를 일으킨 채 문을 닫았고 적지 않은 수의 소규모 업체들도 불황으로 야기된 외상문제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바시장에서 중견급 업체가 문을 닫을 경우 팩토링사를 포함해 봉제, 원단, 프린팅, 염색, 트림 등 50여업체가 미수금 문제로 적게는 수천달러에서 많게는 200만달러 가까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미주한인봉제협회의 이희복 회장은 “요즘 의류업체의 잦은 개·폐업으로 거래사들 간에 원청 신용도 확인에 고심 중”이라며 “의류업체가 갑자기 문을 닫으면 폐업업체 월 매출의 약 20%가 봉제 하청공장의 피해액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제품 개발도 문제
자금 회전이 원활해야 신제품 생산에 전력을 기울일 수 있고 이로 인해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되는데 업체들은 외상제품에 대한 수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때로 영업상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다운타운 한 한인 업주는 “전반적인 불경기와 함께 일부 거래업체들이 외상으로 구입
한 제품 값을 고의적으로 주지 않아 영업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샌피드로 홀세일 마트와 같이 300여개의 업체가 있는 대형 도매마트의 경우 업체마다 지니고 있는 1만~수십만달러의 외상값을 모두 합치면 족히 수천만달러는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신용카드 등 신종 사기도 급증
신용카드를 이용한 신종 사기행각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다운타운의 한인 여성복 도매업체는 한 외국인 바이어가 전화로 신용카드 번호를 불러주고 주문을 넣은 후, 같은 카드번호가 표시된 유명 트러킹회사 인보이스를 가지고 와서, 의심 없이 물건을 내줬다. 하지만 다음날 다른 사람이 전화로 신용카드를 도용당했다며 돈을 ‘차지 백’(charge back)으로 환불해 가면서 6,000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이 업체의 매니저는 “현재 거래를 하고 있는 트러킹회사 인보이스와 똑같기 때문에 전혀 의심 없이 물건을 내줬다”며 “카드번호가 단말기에 정상적으로 읽혔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제대로 신분증을 체크하지 않았던 것이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트러킹회사는 용의자들이 지난해 자사가 사용한 인보이스를 그대로 인쇄해 여러 의류업소를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경찰에 신고했다.
■외상관련 서류준비가 우선
이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거래업체의 자금회전 및 매출상황 등을 자세하게 관찰하고 외상에 관련된 서류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대계 의류업체들은 서로가 경쟁업체이어도 회사끼리 고객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상도 한 업소에 크게 주지 않으면서 위험부담을 분산시키고 있다.
한인의류협회(회장 크리스토퍼 김)는 회원사들이 협회 웹사이트를 수시로 방문해 위험업체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아두고 거래를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협회의 김지나 사무국장은 “체크를 받을 때 발행자의 운전면허증을 카피하고 크레딧카드를 받을 경우에는 ‘Authorization Form’에 사인을 받아야 한다”며 “특히 전화나 이메일로 크레딧카드를 처리할 경우 도난된 카드로 분류되어 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Authorization Form’은 의류협회 웹사이트(www.kamainfo.org)에서 찾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외상 거래 때 서류를 철저히 준비하고 서류에 외상 값 수거에 관한 조항을 반드시 삽입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이 찾아와 사업체 이름으로 물건을 외상으로 사갈 때 그 개인이 외상값을 책임지겠다는 확약을 받아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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