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칼날처럼 다가든 새벽무심히 커튼을 젖히다 보면유리창에 피어난, 아니 이런 황홀한 꿈을 보았나.세상과 나 사이에 밤새 누가이런 투명한 꽃을 피워 놓으셨을까.들녘의 꽃들조차 …
[2018-01-04]고요에 장식을 달고 싶어, 하지만이곳은 점점 더 깨끗해지고평범해지기만 하네. 레지스터 위에 달아둔 유리차임은, 열기가 닿을 때 조금, 흔들리네. 나는너무 오래 기다렸었지. 차를 …
[2017-12-28]시인의 아내는 겨울에 눈이 밝아진다봄 여름 겨울에는 잘 보지 못했던곳집이 비는 것이 눈에 환히 보이는 모양이다새벽 추위에 우리는 함께 잠을 깨아내는 사위어가는 겨우살이를 헤아리고…
[2017-12-26]내가 주문한 모든 것을 가져오기 때문이죠결코 기분 나빠 하는 일 없고떠날 때면 항상 즐겁게 손을 흔들죠갈색 셔츠가 잘 어울리는 당신우리는 이상적인, 복잡하지 않은 관계당신은 멋진…
[2017-12-21]퇴근한 여공들 다닥다닥 세워 둔 차디찬 자전거 열쇠 풀고 있다 창밖으로 흰쌀 같은 함박눈이 내리면 야근 중인 가발 공장 여공들은 틈만 나면 담을 뛰어넘어 공중전화로 달려간다 수첩…
[2017-12-19]짐짝을 등에 지고 날거나, 헬리콥터처럼 짐짝을 매달고 날아가는 나비를, 나는 본 적이 없다. 나비는 바늘처럼 가벼운 몸 하나가 있을 뿐이다. 몸 하나가 전 재산이다. 그리고 무소…
[2017-12-14]“학교 가는구나.”“예”“가방이 무거운 것 같은데 들어다 줄까?”“괜찮아요.”“할아버지는 네가 꼭 내 손녀 같단다.”“할아버지는 지금 어디 가세요?”“응 운동하러 앞산에 가는 길…
[2017-12-12]어느 봄 날 스테판이 내게 키스했지그리고 가을엔 로빈이,하지만 컬린은 그저 바라다 볼 뿐키스하지 않았지스테판의 키스는 잊혀져간 익살이고로빈의 그것은 지나간 유희지만,컬린의 눈 속…
[2017-12-07]야탑역 3번 출구뙤약볕에 나와 아주머니가 내미는 전단지를 왜 당신은뿌리쳐 민망하게 하는지그럼 뿌리친 당신의 마음은 편한지그거 보지 않고 바로 쓰레기통에 버릴망정좀 받아 주어서저 …
[2017-12-05]피크닉 테이블 위에 놓인 하얀 비버모자처럼 가로등 아래 쌓여있는, 혹은 개울물 속으로 천천히 녹아내리는 눈을 본 적 있다면.당신은 명멸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아는 것이지요.우주로부…
[2017-11-30]대문만 들어서면 말똥 냄새에말구유 구정물 냄새에빈 마차 구석에 쪼그리고 바라보면연분홍 봉선화도 마구간 흙 담 아래쪼그리고 앉았다아버지 따라 강변으로 말 길들이러 나갔다가돌아오는 …
[2017-11-28]나는 다시 바다로 가야해, 저 외로운 바다와 하늘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높다란 배와 항해를 안내하는 별 하나;돌아가는 운전대, 바람의 노래, 흔들리는 하얀 돛,그리고 바다 위의…
[2017-11-23]일면식이 없는한 유명 평론가에게 시집을 보내려고서명한 뒤 잠시 바라보다이렇게까지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싶어면지를 북 찢어낸 시집가끔 들르는 식당 여주인에게여차여차하여 버리긴 아깝…
[2017-11-21]알 수 없어, 이 지상의 존재들.물의 유혹, 과일들의 유혹.아가씨의 긴 머리카락과 젖가슴의 유혹.빨강색으로, 주홍색으로 혹은 빌노 근처에 있는 Green Lake에서만볼 수 있는…
[2017-11-16]손남수,‘무제’전당포 외벽 철제계단 위로 미끄러지며 커피 배달을 가는 여자 가죽스커트 터진 치맛단 속을 돌아 백반집 앞 양파 다듬는 노부부 검버섯을 지우며 종합병원을 막 빠져나온…
[2017-11-14]종종 난 궁금해진다, 빵이나 버터같이기본적인 것을 만드는 법을 사람들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처음으로 그걸 만든 이들은 대체 어떻게갈아서 반죽하고 굽고, 밀크를 짜고 기름을 떠내고…
[2017-11-09]방 아랫목에 여자 둘이다웃는데, 서로의 등짝을 때려가면서다30분 거리 슈퍼에 가 투게더 한 통을 사서는아이스크림에 숟가락 3개 꽂아올 때까지웃는데, 서로의 허벅다리를 꼬집어 가면…
[2017-11-07]거기서 끝났어야 했어,마차는 오렌지 빛으로 부드러워지고,가운은 거품 같은 구름이 되어그녀의 어깨에 녹아내리고,열 두 시를 치는 시계탑 소리가운석처럼 떨어지던,그리고 유리 구두가 …
[2017-11-02]달 호텔에서 지구를 보면 우편엽서 한 장 같다.나뭇잎 한 장 같다.. 훅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은.연약하기 짝이 없는 저 별이 아직은 은하계의 오아시스인 모양이다. 우주의 샘물…
[2017-10-31]하늘에 달이 동전처럼 빛나고발아래 갈잎은 포도주 빛이었던 그 밤에 당신이 물었던 때문이지,당신처럼 나도, 어떤 개인적인 결핍을 느끼고 있었던 때문이지 그리고 당신의 품 안에서 한…
[2017-10-26]ICE 구금 시설 과밀화 현상도 심각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달 미 전역에서 이민자 약 3만 명을 체포하면서 지난 5년 중에서 가장 많…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의 인구가 20년만에 18만여명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발표된 ‘2024 카운티 인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들에게 고율의 관세서한을 잇달아 발송하는 한편으로 구리·의약품·반도체 등 품목별로 관세전쟁을 확산시키면서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