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나라는 어떤 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이상한 나라이다. 우리가 흔히 이민의 나라라고 하는 이 나라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뒤섞여 사는 복잡한 나라이다. 그렇지만 어느 나라에 못지않게 질서가 있고 안정된 사회를 유지한다. 안정성과 안전성에서 세계 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 미국에 발을 딛는 사람들에게 미국은 남의 땅이고 이역만리에 불과하다. 미국이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에 앞서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공부를 하거나 돈을 벌기 위한 것이 미국에 오는 목적이다. 그렇지만 공부를 하고 돈을 번 후에 모든 사람들이 자기 나라에 돌아가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남아 살기를 원한다. 정들면 고향이라는 말처럼 정이 들어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이 정이 없는 나라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으니 말이다.
미국에 이민을 온 사람들이 가족초청이든 어떤 필요에 따라 시민권을 받은 후에도 자신을 진정한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미국에 오래 살면 살수록 그런 사고방식이 서서히 변화한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데 대한 자부심이 생기면서 그 자부심이 일종의 애국심으로 자라난다. 미국에 온 사람들을 이렇게 미국인으로 만드는 그 마력은 무엇일까.
그 첫번째는 아무래도 미국의 정신과 제도인 것 같다.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신앙으로 삼아 세운 나라이다. 독립전쟁에서 건국에 이르는 과정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과정이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방법으로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었고 이 제도에 따르는 법치주의가 정착했다. 미국과 미국인은 타국과의 전쟁에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이 명분은 최소한 미국인의 편에서는 타당한 명분이다.
그 두번째는 미국의 막강한 부와 국력이다. 미국의 국부는 세계의 어느 나라와 비교할 수 없다. 그런 미국은 미국인들에게 긍지를 준다. 마치 좋은 가문의 자녀들이 자기의 가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 현자는 배가 고프면 애국자가 없다고 했다. 그것은 나라가 풍족하면 애국심이 생긴다는 말도 된다.
최근 한민족공동체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한반도의 남북한과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동포사회가 유대를 강화하여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는 발상이다. 세계가 지구촌으로 좁아지고 한인들의 해외 진출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이 시대에 한민족의 발전을 위한 좋은 방책이라고 할 수 있다. 유대인이나 중국인들은 벌써 이런 공동체 정신을 현실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그런데 한민족공동체를 하나의 계란에 비유한다면 아무래도 한민족의 고향이며 민족국가가 있는 한반도가 노른자위에 해당한다. 해외동포사회는 그 노란자위를 둘러싸고 있는 흰자위에 비유할 수 있다. 흰자위도 중요하지만 노른자위가 더욱 중요하다. 남북한을 빼고는 공동체란 생각할 수 없으므로 남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공동체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유대인처럼 단결시키는 종교적 신앙이 없다. 그러나 미국이 갖지 못한 단일민족의 강점이 있다. 민족의 고유문화와 언어는 한민족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해외동포사회의 모국어 교육이 이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한민족공동체의 성공을 위해서는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 세계의 선진국에서 모든 경험을 한 해외동포들의 마음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미국에 못지않는 정신과 제도, 풍요한 발전을 이룩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구심점이 없는 한민족공동체는 성공할 수 없게 된다.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과 같은 뜀박질을 끊임없이 계속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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