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야, 많이 먹어. 더 먹고 싶으면 또 시켜 줄께. 다 먹으면 우리 ‘사랑의 집’에 가쟈. OK?"
"언니, 나 또 하나 먹을래. 이따가 배고프니까 지금 미리 먹어둬야 돼."
9일 새벽 4시, 맨하탄 32가 한 중국식당에 마주앉은 두 한인여성이 주고받는 대화이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코코’라는 여성은 39세 노숙자 박종애씨. ‘코코’는 박씨가 윤락업소에서 사용하던 가명이다.
박씨와 마주 앉은 사람은 뉴욕 윤락업계에서 "야시"또는 "야마담"으로 통하는 김씨(44세).
김씨는 지난 5년간 남몰래 한인 노숙자 여성들을 돕고있는 ‘거리의 천사’.
이날도 한인 노숙자가 32가에 나타난다는 소식을 접한 김씨가 박씨에게 밥을 사 먹이며 여성 노숙자 숙소인 ‘사랑의 집’으로 가자고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노숙자 박씨는 22살 때 오산 군 기지에 근무하는 미군과 결혼해 82년도에 도미했다. 무능한 남편에게 딸을 맡기고 돈을 벌겠다고 뉴욕에 온 박씨는 소매업소, 야채가게 등에서 일을 했지만 남편과 자식,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기는 터무니없이 부족해 유흥업소, 윤락업소를 전전해야 했다.
박씨는 10년 전 남편과 딸이 플로리다에서 사고로 사망하자 술과 마약에 빠져 길거리에서 구걸하며 잠을 자는 노숙자의 신세로 전락했다.
남 몰래 노숙자를 돕고 있는 김씨.
그는 7살 때 아버지, 10살 때 어머니를 잃고 고아로 자랐다. 사귀던 남자와 아들을 낳았으나 고아라는 이유로 남자측 부모의 반대에 부딪쳐 결혼을 못한 채 돈을 벌기 위해 27살 때 미국에 왔다. 김씨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유흥업소, 윤락업소에 발을 돌린 지가 어는 덧 17년.
"밤의 여자"라는 신분으로 남을 돕는 일 마저 숨어서 해야했던 김씨가 마약, 알콜, 도박에 빠져 노숙자가 된 여성들을 남몰래 돕기 시작한 것이 벌써 5년째로 접어들었다.
밤업소와 사회의 그늘진 곳을 훤히 알고 있는 김씨는 이미 수십 명의 여성 노숙자들을 쉘터, 병원, 또는 한국 가족의 품에 돌려보냈다. 그는 현재 노숙자를 위해 운영되는 플러싱 소재 ‘사랑의 집’도 지원하고 있다.
"저 같은 사람이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이런 일 하겠습니까, 다만 한가지 욕심이 있다면 한인사회에 외로움과 좌절, 마음의 아픔과 절망을 극복한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이 노숙자들을 포근히 감싸줄 수 있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새벽 6시. 어느새 맨하탄 32가에 아침해가 서서히 비치기 시작하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박씨를 안전한 숙소로 안내하려는 그녀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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