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러의 상처
▶ 테러로 전신화상 생사기로 로렌 매닝(40)
"죽기를 기도했지만 이제 살기로 결심했어. 당신과 타일러를 위해서."
로렌 매닝(40)은 남편 그레고리에게 11개월 된 아들을 위해 "살기로 했다"는 자신의 결심을 전한 후 진정제에 취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지난 9월11일 오전 세계무역센터에서 하루를 시작하던 수만명의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무너져 내리는 건물에서 극적으로 탈출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한 나머지 5,000여명은 순식간에 생사의 길을 달리했다. 그러나 매닝과 같은 소수의 사람들은 아직도 생사의 길목을 서성이고 있다.
그 날 쌍둥이 건물 북쪽 타워에 막 들어섰을 때 난데없이 날아온 불덩어리에 온몸이 휩싸인 매닝은 몸 전체의 14∼90%에 화상을 입은 17명의 환자중 한 명이다. 지난주 사망한 로렌의 동료 등 5명은 목숨을 잃은 반면 다른 3명은 퇴원하고 2명은 상태가 중태에서 호전됐다. 화상에 덮인 매닝은 이제 살기로 결심했지만 생존 가능성은 아직도 미지수다.
매닝을 비롯한 7명의 중태 환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뉴욕 장로병원 화상병동의 의료진은 환자들의 상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대체적으로 화상 환자의 생존율은 신체에서 화상을 입지 않은 부위의 퍼센트와 같다고 말했다. 화상 부위를 통한 감염에 끊임없이 생명을 위협받는 매닝은 생존하더라도 화상을 입은 얼굴과 피부에 수차례의 조직 이식수술을 거친 후 수개월, 혹은 수년간의 물리요법을 받아야 한다.
매닝은 마켓데이터 판매 디렉터로 근무해온 채권거래사 칸터 피츠제럴드의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700명의 직원을 잃은 이 회사의 하워드 루트닉 회장은 "700명 가족을 위해서라도 꼭 살아야 한다"며 로렌이 직장에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로렌이 진취적이고 적극적이며 과단성 있는 전형적인 판매부 직원으로 매우 아름다웠다고 덧붙였다.
로렌과 결혼한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남편 그레고리 매닝은 자신이 뇌종양 수술을 받기 전날 약혼, 수술 후 2개월 동안 로렌이 보살펴 주었다고 회상했다. 이제는 그레고리가 보살펴줄 차례인 셈이다. 매일 오후시간을 로렌 곁에서 지내는 그레고리는 감염 위험 때문에 수술복과 방독마스크, 장갑을 착용한 차림으로 잠든 로렌에게 시를 읽어주고 CD를 틀어준다. 로렌은 늘 진정제에 취한 상태지만 15일에는 눈을 뜨고 그레고리에게 미소를 지었다.
용기를 얻은 그레고리는 "로렌이 다시 행복해지길 기도한다"며 "어떤 형태일지는 모르지만 좋은 일이 로렌에게 다시 벌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확신했다.
<우정아 기자> jeanwoo@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