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아이는 한인들을 굉장히 싫어한다. 한인들은 마켓에서도 옆사람들을 밀치고 다니고, 식당에서도 큰소리로 떠들고 너무나 매너가 없다고 불평을 한다.
미국인 친구들을 데리고 괜찮다고 하는 한국식당엘 갔다가 매너 없는 종업원의 태도에 망신스러웠다는 얘기 등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딸이 정말 한인들을 싫어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전혀 다른 면이 있었다. 딸아이는 미술교수인데 가끔 법정통역 일도 한다. 남미에서 초등학교를 나오고 미국에서도 공부를 해서 스페인어와 영어 두가지 통역을 한다.
그런데 통역할 때 한인들이 판사가 묻지도 않은 불리한 말을 할 때면 너무나 속상하고, 또 말을 우물거려 판사가 재촉을 하면 정말 가슴이 조인다고 한다. 그리고 한인이 불리한 처벌을 받으면 너무나 괴로워한다.
어떻게 하든지 도울 방법이 없나 하고 속으로 애쓰지만 겉으로는 표현을 못하고 있는 그대로 통역을 해야만 하는 일이 괴롭다고 한다. 어떤 때는 4시간을 통역하다가 판사가 지쳐서 딸에게 “넌 어떻게 생각하냐. 저 사람이 앞뒤도 맞지 않는 말을 밥먹듯이 한다” 하고 물으면 “저사람은 조금 모자라는 것 같다”는 말로 판결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런 날 딸은 집에 와서도 굉장히 좋아한다.
한국은 알지도 못하는 아이가 단지 엄마가 한국인이라는 것, 엄마가 한국말 한다는 것 때문에 한인에게 유리한 일을 보면 굉장히 좋아한다. 매너 없다고 불평은 하면서도 한인들을 싫어하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우리의 자녀들이 이토록 보지도 못한 한국, 한인을 사랑하는 것을 보면, 이곳에 있는 아랍계 젊은 청년들 역시 그럴 것이다. 다른 종교, 국가와 국가가 서로 존중하고 화해와 용서,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에 있는 수많은 아랍계 젊은이들의 마음이 굉장히 아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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