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 <옥세철 논설실장>
"아니… 또…"
2001년 11월12일 베테런스데이 연휴 아침. 밤새 별일 없었겠지 하며 TV를 켠 사람들은 일제히 그런 반응을 보였을 것 같다.
화염에 휩싸인 비행기 잔해와 건물들. 이 광경에 두 단어가 자주 오버랩 돼서다. ‘뉴욕’과 ‘여객기 추락’이다.
하나가 더 있다. 사고 발생 타이밍이다. 부시 대통령이 테러참사 발생 두달을 맞아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해 추모자들을 추도한 바로 다음날 하필이면 사고가 발생했을까. 그 묘한 타이밍에, 또 우연의 일치에 놀라 두달 전의 악몽을 생생히 떠올렸을 것이다.
"평온한 아침 TV를 틀었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초현실적 광경이 비쳐진다. 두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잇달아 들이받아 무너져 내린다… 아마 영화 장면이겠지…"
그런데 실제 상황이었다. 이후 ‘여객기 추락’이란 말이 ‘뉴욕’이란 지명에 겹쳐지면 미국인들은 즉각적인 공포를 보여왔다. 테러공포다.
이번 사고는 일단 기체결함에 의한 사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것 같다. 문제는 그러나 ‘놀란 미국인들을 어떻게 진정시키는가 하는 것.
"테러참사가 발생하고 탄저균 소동이 뒤따르면서 미국인들은 모든 재난을 최악의 시나리오에 상정해 보는 버릇이 생겼다." 한 전문가의 지적이다. 말하자면 ‘공포지수’(fear index)가 극도로 높아진 결과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공포지수는 그동안 상당히 가라앉아 이제는 거의 정상수준이 됐다는 진단이었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또 다시 여객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것.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공포지수가 다시 급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인다. 미국인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주식시장의 장세는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여객기 추락 보도에 초장에 급락세를 보였던 주식 값은 반등을 거듭, 다우존스지수는 보합세를 보이고 나스닥지수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민은 위기를 겪은 후 더 커지고 더 강해진다." 한 정치학자의 지적이다.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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