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LA에서 엄마와 언니가 와서 저녁을 먹으러 중국집에 갔다. 탕수육, 자장면 등 요리로 시켜 맛나게 이것저것 나누어 먹으며 세상얘기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찬송가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응? 이게 웬 찬송가" 하며 소리나는 곳을 보니 식당 한편에서 나는 소리였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화음까지 맞추어 열심히 불렀다.
"와, 저 사람들 연습 많이 했겠네, 근데 식당에서 예배보면서 찬송가까지 하는 거야?" 하고 언니가 묻자 "그냥 식기도나 하지 찬송가까지는 좀…" 엄마가 말꼬리를 끄시며 고개를 흔드셨다. 엄마는 평소 나의 뜨겁지 못한 믿음을 한탄하시곤 했다.
그러는 사이 찬송가는 1절이 끝나고 2절로 넘어갔다. 우리는 "설마 곧 그치겠지" 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먹으며 다시 이런 소식 저런 소식을 주고받고 있는데 찬송가는 이어 3절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제발 3절까지만 하고 끝나기를 바랐는데 천만에, 찬송가는 중국집 안에서 계속 퍼져 나왔다. 아주 긴 4절까지 있는 찬송가였다.
다행히 사방이 다시 조용해져서 우린 다시 음식을 권하며 맛있게 먹는데, 아니 이게 또 무슨 소리인가. 이번에는 박수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마치 운동회 날 응원박수처럼 손바닥 마주치는 소리가 찬송가와 함께 울려 퍼졌다.
"왜들 저래? 여기는 식당인데. 자기들만 있는 건 아니잖아" 우리는 정신이 산만해져서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저건 너무하다. 예의가 없어. 자기들만 좋으면 남은 상관 안 하는 저런 식은 곤란해" 엄마가 한 말씀하셨다. 어떻게 해야 저 소리가 조용해질까 고민 중인데 그 때 옆자리에 있던 젊은 남자들이 "여보세요. 저 사람들 좀 조용하게 할 수 없어요?" 하며 지나가는 종업원에게 항의를 했다.
우리는 더 이상 먹을 생각보다는 우리의 식욕을 앗아간 그들을 눈흘기며 도대체 어떻게 생긴 사람들인가 보기 위해 나는 안경을 꺼내 그쪽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30~40세 전후의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손뼉 치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
결국 결론은 하나. 우리는 "빨리 먹고 여기를 뜨자. 아니 싸 가지고 집으로 가자" 그렇게 만장일치를 보았다. 이렇게 해서 그 날 모처럼 우리 가족의 저녁 나들이는 끝나버렸다.
불어터진 탕수육과 자장면은 우리 집 냉장고에서 며칠을 머물다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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