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 <옥세철 논설실장>
’중동지역에 전운이 감돈다’-. 그러면 반드시 나타나는 현상이 있었다. 석유값 앙등이다. ‘중동서 전쟁이 발발했다’-. 그 다음 수순은 석유값 폭등이다. 테러참사가 발생한 지 두달이 훨씬 지났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도 한달이 지났다. 전쟁의 불똥이 언제 날아들지 페르시아만 일대는 초긴장 상태에 있다.
석유값은 그런데 폭락세다. 과거와 정반대 패턴이다. 개솔린 소매가격도 크게 내려 얼마 전만 해도 갤런당 2달러선을 넘나들던 것이 크게 내려 1달러선으로 떨어질 기세다.
원유가도 배럴당 17달러선으로 2년만의 최저 수준을 마크하고 있다.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인 모양이다.
왜 전에 없던 이런 현상이 일고 있을까. 사우디 등 중동 산유국이 주축이 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석유값을 좌지우지하던 세월은 지나갔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최근의 유가하락도 같은 이치로 설명된다. 석유시장 점유율을 확대를 둘러싼 비OPEC 산유국들과 OPEC간의 경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다른 측면도 있다. 일종의 ‘바이어 마켓’이 형성된 데 따른 현상이다. 미국은 석유의 50%를 수입에 의존한다. 그리고 그 수입량의 3분의2는 중동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수출을 보이콧을 했다고 치자. 미국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까. 셀러측이 오히려 낭패를 본다는 계산이다.
미국의 국내 총생산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거기다가 에너지 효율화가 크게 진척돼 그런 상황이 와도 과거 ‘오일 쇼크’ 때 같은 피해는 없다는 것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함께 묘한 애드벌룬이 자주 띄워지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 논설진의 대담이 그 한 예다. 미국이 사우디를 포기할 때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을까 하는 게 주요 토픽. 타격은 그리 대단치 않아 석달이면 정상을 찾는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테러전쟁 서막에, 또 왜 하필이면 푸틴의 미국 방문에 맞추어 이런 이야기들이 나올까. 테러전쟁에 썩 협조적이 아닌 사우디에 대한 일종의 경고 같다. 미국은 러시아 등을 통해서 얼마든지 석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으름장이 그 배경에 깔려 있는 인상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 세상이다. 아마 21세기적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 급변하는 세상. 석유 값에서도 그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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