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밝은 삶 건강한 삶
▶ 최종환 <재미 방사선사협회 회장>
며칠전 일이다. 병원에 일찍 출근해 방사선과에 막 들어서는데 어디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가보니 야간에 근무한 방사선사와 환자가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이유인즉, 방사선사가 정면과 측면 흉부 사진을 촬영했는데 정면 사진이 잘 안 나와 재촬영해야 한다고 하니 환자는 방사선이 인체에 해롭고, 생명을 단축시킨다면서 재촬영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환자에게 흉부사진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정면과 측면사진이 꼭 있어야지 둘 중 어느 한 사진만 없어도 오진할 가능성이 높고, 흉부 사진촬영을 하는데는 아주 적은 량의 방사선이 조사되기 때문에 환자가 받는 흡수설량이 적다고 설명을 했다. 그런데도 그 환자는 재촬영을 거부해 결국 응급실로 되돌려 보냈다.
방사선이 인체에 얼마나 해롭기에, 또 방사선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고, 어떻게 들었기에 가슴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 온 환자가 몸에 해롭다고 진단에 제일 중요한 흉부사진 촬영을 거부하는가 말이다.
그것도 국적이 미국인 백인 아저씨가 말이다.
국제 방사선협회에서는 임산부가 임신기간에 500mR, 한달에 50mR 이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15년전 미국을 기준해서 복부 사진촬영을 한번 하는데 환자가 받는 흡수설량은 700mR이었다. 다시 말하면 임산부가 한번만 복부 사진촬영을 하면 허용치를 넘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고도의 기술로 인해 고감도 필름이 나오고 또 방사선 기계가 최첨단으로 발달되어서 사진의 질이 높고, 환자가 받는 방사선 피폭설량이 아주 적어서 복부 사진촬영 한번으로 환자가 받는 흡수설량은 200mR밖에 안 된다.
그렇다고 임산부가 적은 양의 방사선을 허용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임신 초기에는 어떠한 방사선을 허용해서도 안되지만 임신기간 건강에 이상이 생겨 의사가 진단을 목적으로 처방하는 방사선 사진촬영은 거부하지 말고 응해 주자는 얘기다.
사진 촬영할 때는 꼭 방사선사에게 임신중이라고 말해야 된다. 서양 여성들처럼 임신을 하면 "나 임신했소" 하고 아직 나오지도 않은 배를 앞으로 내밀며 다니기에는 우리 한인 여성들에게 아직 문화적 차이가 있다. 한인여성들은 임신을 하면 배를 가리려고 하기 때문에 방사선사가 간혹 임산부가 아니라고 착각할 수가 있다.
임산부의 경우는 납으로 된 앞치마로 배의 앞과 뒤를 가리고 촬영하기 때문에 태아에게 방사선이 미치는 해는 아주 적다.
앞에서 얘기했던 흉부 사진 촬영의 경우, 정면을 촬영하는데 환자가 받는 흡수설량은 20mR이다. 그러므로 정면과 측면을 촬영한다 해도 방사선 흡수설량은 그리 높지 않다.
나는 미국에 와서 20년 동안 방사선사로 일하면서 방사선사가 1년에 받을 수 있는 최대 허용설량을 넘어 캘리포니아주 보건국으로부터 2번이나 경고를 받고 지금은 방사선 노출이 적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그렇다고 방사선으로 인해 건강에 이상한 징조는 아직 없다.
그러므로 의사가 진단 목적으로 처방하는 촬영은 인체에 미치는 해가 없으니 걱정말고 촬영에 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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