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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훈 편집위원>
기둥 속으로 들어가야 나오는 기차역.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소년 소녀. 움직이는 계단과 초상화 속의 인물. 둘러쓰면 아무도 볼 수 없는 마법의 외투. 소망을 비춰주는 거울. 뿔이 하나뿐인 전설의 동물 유니콘과 반인반수인 센타우르.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소재는 모두 등장한다. 지금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해리 포터 이야기다.
지난 주말 미 전역의 극장은 이 영화를 보려는 아이들과 부모로 북새통을 이뤘다. 표가 매진돼 몇 시간씩 기다리는가 하면 겨우 들어가서도 좋은 자리에 앉으려고 달리기 경주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문학성이 떨어진다’‘마술을 너무 강조해 아이들의 현실 감각을 저해한다’‘원작에 충실해 영화로서의 맛이 떨어진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나온 아동들은 작품 속에서 펼쳐지는 무한한 상상력에 취해 즐겁기만 한 표정이다.
지난 주말 미국 전체 극장의 1/4인 8,000개 스크린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불과 사흘만에 9,30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려 97년 ‘로스트 월드’가 세운 7,200만 달러를 깨고 영화 사상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이미 코카콜라로부터 이미지 사용료로 1억 달러를 받아 놓았기 때문에 사흘만에 1억 5,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모두 빼고도 5,000만 달러 가까이 남긴 셈이다.
그러나 돈벌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전문가들은 해리 포터 시리즈 첫 편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총수입이 지금까지 최고 기록인 ‘타이태닉’의 6억 달러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리즈 중 한 편이 그러니까 지금까지 나온 4권이 모두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도대체 얼마를 벌어들일지 아무도 모른다.
이미 2편은 영국에서 제작에 들어갔으며 내년 개봉될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이 영화 시리즈가 벌어들일 총액이 20억 달러는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 자동차 20만대를 팔아야 버는 액수다.
저자 J. K. 로울링은 책만 1억 2,500만 부를 팔아 여왕을 제외하고는 영국 최고의 여성 갑부가 됐다. 뉴욕타임스는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해리 포터 시리즈가 너무 오랫동안 계속 1, 2, 3등을 차지하자 아예 아동 문학 섹션을 따로 만들어 일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빼 버렸다.
한 권에 수백 페이지 씩 하는 이 소설을 책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아이들까지 밤을 새워가며 읽는다. 올 미국 학생들의 독서율이 전에 비해 10%가 올라간 것도 그 덕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책이다’란 말이 있다. ‘세계를 움직인 100권의 책’ 속에는 끼지 못할 아동 문학 소설 한 권이 이 정도의 힘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이 말의 진리를 새삼 실감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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