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국무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하고 귀국 길에 LA를 들러 교민들과의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정부 업적을 장황하게 자랑하는 서두에 "요즘 신문을 보면 나라가 열 번도 더 망한 것 같다"고 했다.
대다수 교민들의 심정 역시 우리 조국이 절대로 그렇지 않기를 염원하고 있다. "큰 자극은 작은 자극을 흡수해 버린다"는 심리학 이론과 같이 세계 무역센터 테러공격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잠시 덜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성공적으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한국의 레임 덕 상황에 편승하여 여기 저기에서 정치모임 성격의 세미나, 포럼, 강연회, 정책연구회 등의 모임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참석해 보면 통상 서울 일류대학 출신이고 미국 모대학 교수 또는 교환교수라며, 소개받은 연사가 나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다"는 식의 내용으로 적당히 시간을 때우고 연단을 내려가곤 한다.
물론 사회학이나 정치학은 미래를 점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런 형식으로 밖에 전개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학문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라면 자기 나름의 지론과 이론을 갖고 강연에 임하는 것이 수강자들을 위해 바람직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청취자들의 수준이 당장 국회의원을 시켜도 손색이 없는 고학력의 능력자들이 많기 때문에 강연내용에는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항상 질문과정에서 대두되는 것이 2가지 있는데 하나는 현 정부의 업적 또는 공과에 대한 것과 또 하나는 한국의 민주주의 여부에 대한 시비였다.
우문현답인지 현문우답인지 소신 없는 답변으로 끝이 나거나 아니면 세력에 의지하는 듯한 사람들의 고압적인 언행으로 모임의 분위기를 망치고 만다. 한국은 우리 모두의 조국이며 한국의 문제 역시 우리 모두의 관심사라는 것을 유념해 두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8만 대장경에 이런 말이 있다.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남을 해하면 마침내 그것이 자기에게 돌아오고 세력에 의지하면 도리에 재화가 따른다"는 경구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튼 앞의 2가지 질문에 대해서 정치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갈파하고 있다. 첫번째 업적에 대한 것은 그 정부가 합의에 의한 지배에 역점을 두었는지 아니면 정치적 효과와 권력이 소위 정치적 효율에 역점을 두었는지는 역사에 의해서 평가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두번째 민주주의 여부, 즉 민주주의의 참과 거짓을 가르는 방법을 마키버 교수가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사람들이 정부의 시책에 대해서 자유롭게 또는 전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한다 할지라도 그 전과 조금도 다름없이 심신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가 있는가. 둘째 정부의 시책에 반대되는 정책을 표방하는 조직을 자유롭게 조직할 수가 있는가. 셋째 집권당에 대해서 자유롭게 반대투표를 할 수가 있는가.
넷째 만일 집권당을 반대하는 투표가 대다수를 차지하게 되었을 경우, 그 투표로써 정부를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수가 있는가. 다섯째 이와 같은 문제를 결정짓는 선거가 일정기간 또는 일정조건 하에서 실시될 수 있는 입헌적인 조치가 되어 있는가. 이들 질문중 한가지라도 ‘No’라는 대답이 나오면 그 정치체제는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그의 저서 ‘우리가 수호해야 하는 성벽’(The Ramparts We Guard)에서 주장한 바 있다.
이상과 같은 학설이 절대성이나 보편성을 띠고 있는지는 모르나 민주정치를 점검하는데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사려된다. 결론적으로 모임의 저의가 어디에 있든 조국의 정치발전과 안정을 위해 극과 극을 피하는 지혜로 합심하여야 될 때가 아닌가 한다.
박종식/예비역 육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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